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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과 나
리영희

나와 님 웨일즈의 『아리랑(Song of Ariran)』 과의 만남은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인 1960년 봄이었다. 훗날 장지락(張志樂)으로 본명이 밝혀진 주인공, ‘어느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생애에 관한 기록을 처음 읽으면서 받은 감동은 그 후 나의 삶의 방향과 내용에 지울 수 없는 크고 깊은 흔적을 남겼다.
이 나라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던 지난 30년의 지적 · 사상적 암흑 속에서 가끔 「아리랑」을 펼치는 것은 나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모색하다 지치고 좌절 때문에 실의했을 때는 ‘김산(金山)‘을 찾았다. 그는 내가 감히 미칠 수 없는 높은 곳에서 나에게 빛이 되어 주고 힘이 되어 주곤 했다.
- P6

서장

내가 그를 만난 것은 옌안(延安)에서였다. 그곳에 머물러있던 1937년 초여름 어느 날, 나는 루쉰(魯迅)도서관에서 영문책자를 빌려간 사람들의 명단을 훑어보고 있었다. 불과 이러저러한 몇 권의 책만이 대출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 사람의 이름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 사람은 여름 내내 모든 종류의 책과 잡지를 수십권씩이나 빌려가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서 "이렇게 많은 책을 빌려가고있는 사람은 누군가요?" 하고 물어보았다. 당시 나로서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몹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은 중화소비에트에 파견된 조선대표입니다. 지금군정대학(軍政大學)에서 일본 경제와 물리, 화학을 가르치고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 P26

일본은 화려하기는 하지만 그림엽서류의 디자인처럼 약간은 인공적이다. 반면에 조선은 순수하고 자연적이다. 일본이 소리(音)의 나라 - 게다짝 소리, 토막토막 끊어지는 발음, 오가는 교통수단들의 소음, 미닫이 창이나 문을 끊임없이 여닫는소리, 조그마한 가구를 이리저리 옮겨놓는 소리 등등 - 라면 조선은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끊임없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거리거나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손님을 맞이하지도 않는다. 인간관계에 스스럼 없고 태평하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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