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스는 종의 기원은 설명하지 못했지만, 지리적 위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알았다. 그래서 다른 박물학자들이 지리적 데이터를 정확히 기록하지 않는 것을 크게 비난했다. "자연사에 관한 다양한 연구는 물론, 박물관들조차 지리에 대한 설명은 대개 매우 불명확하게 제공한다. 특히 남미, 브라질, 기아나, 페루일대가 가장 심각하다. 분포지역을 ‘아마존강‘이나 ‘키토‘라고만표기하면, 아마존 남쪽인지 북쪽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정확한 정보 없이는 종이 분화된 과정과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윌리스에게는 표본에 붙은 설명이 표본자체만큼이나 중요했다. - P41

극락조의 조상이 고립되어 있던 지역에는 극락조를 잡아먹는 사향고양이나 다른 고양잇과 동물이 없었다. 먹이를 놓고 경쟁해야 할 원숭이나 다람쥐도 없었다. 수백만 년 동안 나무를 베어내 서식지를 없애버리는 인간도, 깃털을 뽑으려는 사냥꾼도 없었다.
따라서 수컷들은 보호색 같은 보호 수단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다시 말해 모습이 화려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풍부한 먹이와 안전을 보장받는 고립된 장소라는 이점은 일명 ‘줄달음 선택runawayselection‘ 에 필요한 조건과 완벽히 부합했다. 극락조들은 수백만 년에 걸쳐 잘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 깃털을 점점 더 화려하게 만들고, 춤 실력을 갈고닦았다. 이 모든 행위의 궁극적인 목표, 바로 짝짓기를 위해서였다. - P50

 월리스는 1863년에 쓴 논문에서 표본을 그렇게 많이 모은 이유를 설명했다. "각각의 종은 지구 역사를 담은 여러 권의 책들 가운데 한 권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개별 단어와 같다. 단어가 몇 개만 빠져도 그 문장은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문명의 발달 과정에 반드시 수반되는 수많은 생명체의 멸종은 필연적으로 과거에 관한 귀중한 기록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 - P61

에르메스 가방과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가 나오기 전까지 신분을 표현하는 최고의 수단은 죽은 새였다. 더 이국적이고 더 비쌀수록 더 높은 신분을 상징했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 특이한 공통점이있다면 아마 새의 깃털일 것이다. 수컷 새는 암컷 새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신의 깃털을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들어왔지만, 인간세계에서는 그 깃털을 이용해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고, 사회적 신분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새들은 수백만 년 동안 자기들끼리만 지내면서 너무 아름답게 변해버렸다.
- P70

1886년 어느 유명한 조류학자가 깃털 열병의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해 뉴욕 외곽의 쇼핑 구역에서 오후 시간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비공식적으로 조사했다. 700명의 여성이 모자를 쓰고 있었고 그중 약 3분의 1이 새 한 마리의 깃털을 통째로 달고 있었다. 모자에 꽂힌 새들은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이아니었다. 뒤뜰에 날아오는 흔한 새들은 패션계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다. 유행을 선도하려면, 극락조, 앵무새, 큰부리새, 케찰, 벌새, 루피콜라새, 쇠백로, 물수리 정도는 되어야 했다. 모자가 이렇게 새들의 공동묘지가 되어가는 동안 의류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한 상인은 벌새 8000마리로 숄을 만들어 팔았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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