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그래, 이거였다. 나는 갑자기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싶어졌다.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 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되는 4차적인 (4차 산업혁명적인 게 아니라 그냥 4차적인) 존재이지만, 그래서 범국민적인 도구적 유용성 따위는 획득하지 못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 잉여로우면서도 깔끔한 효용이 무척 반가울 존재. 보는 순간, ‘세상에 이런 물건이?‘라는 새로운 인식과 (김솔처럼) 잊고 있던 다른 무언가에 대한 재인식을 동시에 하게 만드는 존재. 그리고 그 인식이라는 것들이 딱 김에 기름 바르는것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 김솔통. 드디어 찾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두괄식을 만들어줄 첫 문장. - P19

놀라움에 발이 묶여 그 자리에 붙박인 채로 그들은
‘가벼운 몸풀기 운동‘이라고 말하지만, 나로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그것을 끝까지 지켜봤다. 그들은 이제 박쥐 인간이 아니라 배트우먼처럼 보였다. 예순 개를 가뿐히 마치고 땅에 내려와 숨을 고르는 것도 왜 그리 멋지던지. 그때까지도 넋을 잃고 보고 있는 내게 언니 중한 명이 손사래 치며 말했다.
"어유 야, 놀랄 것 없어. 너도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나도 네 나이 때는 딱 너같았는데, 너도 내 나이 돼봐. 그럼 이렇게 할 수 있다니까?"
오, 그렇구나,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웃음이 터졌다. 언니가 너무 천연덕스럽게 말해서 그 말의 이상한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갈 뻔했다. - P35

언젠가부터 소위 말하는 ‘솔직함‘이라는 것들에 지쳤다. 솔직함은 멋진 미덕이고,
나 역시 각별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실하려고 노력하며,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두곤 하지만, 솔직함을 무기 삼아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이들을 볼 때마다 일종의 환멸 같은게 생기는건 어쩔 수없다. 이를테면 매해 4월 16일을 전후로 온오프에서 자주 보고 들었던 "세월호 이제 지겹다" 같은 말들. "요즘같은 시대에 이런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으로 시작하는(조심스러우면 하지 마………) 어린이나 난민, 성소수자같은 사회적 약자를 사회 바깥으로 더 밀어내고 배제하는 말들. ‘쿨하다‘가 한 시대의 정신으로 각광받으면서 윤리적 노팬티 상태가 패션인 양 포장되며 쏟아지는 무례한 독설들. 그런 말들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위선적이고 가식적이라는 비난과 조롱들.
깨어 있는 사람인 척하는 가식이다, ‘맞말‘하는 걸로 도덕적 우월성을 획득하려는 피시충이다, 약자를 위하는척하지만 결국 약자를 이용해서 자기만족을 채우는 위선자들이다. 적어도 난 솔직하다.....… 등등.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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