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아름다운 동네
들어올 때 그랬던 것처럼, 폭이 좁은 문을 빠져나오는 사이 장롱의 옆구리가 또 동전만큼 뜯겨나가고 말았다. 농의 한쪽을 부여잡고 그 무게로 숨이 턱에 닿고 있던 그는 새로 생긴 흠집을 자세히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상앗빛으로 드러난 나무의 속살과 거친 나뭇결의 성난 부스러기가 옛 상처보다 한결 선명하게 도드라졌을 것이란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만그만한 생채기는 열 자짜리 장롱의앞과 뒤에 이미 여러 개 있었다. 하는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의 안타까움만 빼고 나면 생채기는 머지않아 세월의 또 다른 무늬로 자리잡을 것이었다. - 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