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ㅡ하늘보다 넓다― 옆으로 펼치면ㅡ 그 안에 하늘이 쉽게 들어오고ㅡ ㅡ그 옆에ㅡ당신까지 들어온다ㅡ
뇌는 바다보다 깊다― 깊이 담그면ㅡ아주 푸르게 그 속에 바다가 흡수된다— 물통 속 스펀지처럼 ㅡ
뇌는 신의 무게와 똑같다― 둘의 무게를ㅡ나란히 달면 혹시 다르다 해도ㅡ 음절과 음성의 차이밖에 안 난다ㅡ
에밀리 디킨슨의 「뇌는 하늘보다 넓다」 - P741
상당히 슬픈 장면이지만 그 속에는 한 줄기 교활한 유머가 흐른다. 가엾은 두 주인공은 모처럼 찾아온 행운의 순간을 맛보는 대신 사소한말다툼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싱어는 우리에게 가장 큰 농담을 던진다. 판에 박힌 극적 전개와 정의에 대한 믿음에 익숙한 우리는두 주인공이 고통 속에서 도덕적으로 성숙해졌기를, 그래서 극적 효과와 비애감이 넘치는 어떤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우리는 처음부터 당연히 예상해야 했을 것을 보고 만다. 즉 그들도 우리처럼 인간의 모든 어리석음을 지닌 현실 속의 존재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냉소주의나 염세적 분위기로 빠질 거라고 예상할 필요는없다. 소설의 후반에 헤르만과 타마라가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나 현명한 타마라가 그에게 단 한 번 속죄의 기회를 주는 대목은 조금도 놀랍지 않다. 그 속에는 인류의 목소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격노와 사랑과 신비와 영원한 매력이 가득하며 예측이 가능한 그것을 우리는 인간 본성이라 부른다. - P759
상위 10개의 복제 가능한 결과 중에는 양육 관습, 사회 경제적 지위같은 환경의 요인들도 유전적이라는(즉 환경 요인들과 아이들의 행동 특성에 상관성이 있다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발견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에 이 말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유전자가 환경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유전자가 인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이 선택에 따라 우리의 구체적 환경이 좌우되기 때문이며, 또한 유전자의 영향을 받은 우리의 특성에 다른 사람들이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지능과 개성은 부모가 그들을 대하는 방식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두 측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P787
이미 2002년에 유전자는 뇌를 최후의 시냅스까지 배선하지 못하고 그 결과 뇌 발달은 지그재그로 우연히 진행될 여지가 아주 크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 이후로 신경 과학자들은 그 전망이 훨씬 더 우울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우리의 유전체 자체에 무작위의 변이가 몰래 들어올 여지 또한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새로운 변이를 60개 정도 물려받는데, 그것들이 조현증과 자폐증 같은 정신병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라 여겨진다. 정신병에 취약하게 하는 유전자들은 건강한 사람의 평범한 변이를 뒷받침하는 유전자들과 동일한 듯 보이기 때문에 (이 역시 상위 10개의복제 가능한 결과에 속한다."), 이 변이들은 우리의 개성에 거의 틀림없이 기여한다. 또한 이 지점에서 전망이 한층 더 우울해지는 것은, 우리의뇌가 성장하고 기능함에 따라 우리의 뉴런은 훨씬 더 많은 수의 크고 작은 변이들로 채워지고, 이 변이들이 뇌의 작동방식에 쉽게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생식 계열 세포와 체세포의 이 변이들이 미스터 존스 요인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면, 우리의 유전자는 고전적인행동 유전학이 추정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할지 모른다. - P788
「최후의 성찰」. 지금까지 나는 「빈서판」이 2002년과 똑같이 지금도 유효한 면들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12년이 넘는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것은 열린 마음이라 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에 대한 강조점의 전환이었다. 나는 여전히 인간의 전망은 유토피아보다는 비극 쪽을 향하고, 인간성이라는 비뚤어진 재목으로는 똑바른 물건을 만들 수 없고, 우리는 티 없이 맑지 않거나 황금처럼 빛나지 않으며, 낙원으로 돌아갈 길은 어디에도 없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나의 세계관은 「빈서판」이 나온 이후에 한결 가벼워졌다. 폭력에서 출발했지만 장수, 건강, 읽고 쓰는 능력, 물질적 안정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진보를 가리키는 통계 수치들을 하나씩 알아 감에 따라17장 마지막 절의 후반부에서 밝힌 나의 믿음은 더욱 굳건해졌다. 우리에게 고약한 면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인간 본성은 문제이기도 하지만 또한 답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 P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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