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란 참 이상하다. 목적도 마음도 그대로 드러난다. 유키코의 온갖 것이 목소리에 깃들어 있는 것 같고 그 모든 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사람을 잘 설득한다. 귀에 쉽게 들어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하나도없는데, 그래도 여전히 설명으로는 다 할 수 없는 부분이 조금남는다. 그 조금 남아 있는 것이 사람을 매료시킨다. 말의 의미 그 자체보다도 소리로서의 목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게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유키코의 목소리가 들리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유키코의 목소리를 모아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유키코는 선생님한테도 각각의 사원들한테도 신뢰받았다. 온화하고 정확한 일처리가 그 목소리에 묻어났다. 그러니까 나는 유키코를 눈으로 좋지 않았다. 다만 귀는 유키코의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 P62

"건축가가 만든 것에는 크고 윤기 있는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듯한 느낌이 많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선생님 건축은 들리지 않아도 상관없어. 라고 할 정도의 소리랄까. 작은 소리를 감싸는작은 것이라고 할까."
"애당초 신앙의 소리는 조용하게 얘기되었을 거야. 원시 기독교 시대에도 억압된 신도들은 동굴 속 교회에서 속삭이듯이 얘기를 나눴겠지? 그런데 기독교가 공인되고 교회가 커지면서 바깥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어졌어. 목회자의 목소리도 낭랑해지고 교회 건축도 점점 장엄해지고, 파이프오르간도 성대하게 울리게 되었지. 현대건축, 특히 고층 빌딩은 그 연장선상에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 건축에 들어서면 아무도 큰 소리를 안 내게 되지. 마음이 포근해지는 촉감이라든가 부드럽게 들어오는 광선이라든가 늘 쓰는 사람이 한참 지나서 겨우 알아챌 수 있는 장치들은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나 같으니까, 사람목소리도 거기 맞춰 작아지지 아스카야마의 디테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중얼거림 같은 것인지도 몰라. 과연 몇 사람이나 그 중얼거림을 알아차릴까 하는 문제는 있겠지만.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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