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자리는 아직도 아름다움이 지배한다. 세상이 변한다고 해서, 우리가 많아지거나 적어진다고 해서 세상이 반드시 추해질 이유는 없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
지금부터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결국은 만사가 잘 풀릴 것만 같다.
머뭇거리며 이 방향으로 마음을 돌려 허무주의와, 무심함과 잠깐 희롱한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생각으로 최면을 걸어본다. 세이렌의 노래처럼 나를 유혹하는 생각들. 내려놓는 것은 솔깃한 일이다. 우주의 크기는 수십억 광년이며, 우리는 그 수십억에 비하면 작은 불똥 하나에 불과하다. 사실 우리는 지구의 역사에 덮인 한 꺼풀 재의 층에 불과하다.
아무것도 구원받지 않는다. 모든 것이 지나가고 지나간다.
자신 위로 무너져내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의 삶은 작디작은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하찮은 유익이다.
그러고는 마침내 끝이 찾아온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던것처럼. - P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