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건 탑 맨 아래층에 난 구멍입니다. 문을 낸 거죠. 탑에 문을만들었다는 게 바로 목탑을 본떴다는 증거예요. 동북아시아의 탑은애당초 목조 건물을 본떠 만들었으니 오히려 문이 없으면 더 이상하지요. 이 문만 봐도 우리나라 탑이 인도 스투파의 영향을 전혀 받지않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인도의 스투파는 바깥 울타리에 문이 있긴 해도 복발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없습니다. 석가모니를 화장해 몇 겹짜리 사리함에 넣어 꽁꽁사맨 다음 묻었는데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달 이유가 없지요. - P419

왕에게 관용이 생겼다는 건 단순히 개인의 변화가 아니라 제국에 존재하던 다양한 문화와 종교까지 불교를 기반으로 바꿨다는 의미입니다. 쿠샨 제국도 마우리아 제국처럼 만만치 않은 세력을 포괄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려면 여러 사람을 하나로 묶어줄 정체성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었어요. 이번에도 불교에서 대통합의 가능성을 찾았던 거죠. - P470

아쇼카 왕이 백성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8만 4천 개의 석주를 세웠다면 카니슈카 왕은 여러 종교의 신을 새긴 주화를 찍어냈습니다. 강의를 열 때 보여드렸던 카니슈카 금화 하나는 아직 뒷면을 보지 않았는데요, 이제 뒤집어 볼 시간입니다. 자, 누가 있나요?

부처군요!

맞습니다. 동전 왼편에 그리스 문자로 부처라는 뜻의 ‘보도‘가 새겨진 게 보입니다. 불교 역사에 남을 놀라운 순간이지요? 그간 어느 스투파에도 없었던 부처의 형상이 마침내 만들어졌으니 말이에요. 이 작은 형상은 500여 년간 인도인이 상상으로만 품고 있었던 부처의 모습이었습니다. - P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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