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소크라테스는 난놈이었다. 하지만 그냥 난놈이 아니라 아테네 난놈이었다. 그 아테네의 난놈이 소크라테스였다. 한 인물과 도시가 이토록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적은 그전에도 그후에도 없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를 사랑했으며 다른 곳에서 살겠다- 아니면 죽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테네에서 달아나면 처형을 면할 수 있었지만, 탈옥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는 도시와 계약을 맺었으며, 최후까지 의무를 다하고자 했다. 맨발의 기인이자 사랑스러운 고집쟁이인 소크라테스는 여느 천재와 마찬가지로 위태로운 자리 -내부자와 외부자의 중간 지점-에 서 있었다. 참신한 시각으로 세상을 볼 만큼 주류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자신의 참신한 시각을 남에게 설득할 만큼 가까운 자리였다. - P59
얼리샤가 고대 그리스인을 왜 현재 시제로 언급하는지도 설명된다. 좋은 작품, 심지어 위대한 작품을 진정한 천재의 작품과 구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설명된다. 좋은 시나 그림은 특정 시기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천재의 작품은 그런시간적 제약을 뛰어넘으며 뒤이은 세대들에게 새로이 재발견된다. 이런 작품은 정적이지 않다. 새로운 수용자가 작품을 만날 때마다작품은 수용자를 바꾸고 수용자는 작품을 바꾼다. 파블로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미술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 미술 작품이 늘현재를 살 수 없다면 그건 결코 미술이라 할 수 없다. 그리스인의 미술, 이집트인의 미술, 다른 시대를 산 위대한 화가의 미술은 과거의 미술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오늘날 더 생생히 살아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 P62
그 답은 전문성에, 아니 그보다는 전문성의 결여에 있다고 브래다는 말한다. 고대 아테네에는 직업 정치인도, 직업 판사도, 심지어 직업 성직자도 없었다. 모두가 모든 일을 했다. 군인이 시를 쓰고 시인이 싸우러 나갔다. 당시는 엄밀히 말해서 아마추어의 시대였으며, 그리스인들만 놓고 보자면 이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들은 천재성이 단순함에 있다고 생각했기에 전문성에 의혹의 눈초리를던졌다. 브래디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이르기까지 지적 도약이 일어날 때마다 세상이 좀더 단순해졌다고말한다. "연관성 없어 보이는 데이터가 널려 있는데 누가 이렇게말하는 겁니다. ‘잠깐만, 이렇게 하면 전부 들어맞는군. 근데 그걸좋아하는 거죠." 이를테면 수학은 ‘우아한 증명을 높이 평가한다. 우아한 증명이란 단순히 정확한 게 아니라 매우 간소화된 증명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우아한 증명은 우아한 디자인이 눈을 즐겁게 하는것처럼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리스인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늘 가장 우아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는 예외 없이 연관성을 찾는다는 뜻이었는데 역사가 이디스 해밀턴 말마따나 "뭐든 다른 것과의 관계로 보는 것은 단순화하여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 P77
로버트는 저 항구가 없었으면 고대 아테네도 없었을 거라며 페리클레스를 인용한다. "우리 도시가 위대하기에 온 땅의 열매가 우리에게 흘러든다." 아테네는 세계 최초의 국제도시였다. 조선술과 항해술의 달인이었던 아테네인들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너머까지 항해하여,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물건을 가져왔다. 이런 물건에는 밀항자가 숨어 있었으니, 바로 아이디어였다. 이는 곧잘 일어나는 일이다. 아이디어는 물건에 스며들어서는 눈 밝은 관찰자가 꺼내줄 때까지 잠들어 있다. 정치는 안 되지만 경제는 개방할 수있다고 믿는 전체주의 정권이 어리석은 이유는 그래서다.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토마토 수프 깡통이나 크록스 신발에 들어 있던 전복적 아이디어는 언젠가 빠져나오기 마련이다. 그리스인들은 외국의 아이디어를 기꺼이 ‘빌렸다‘. 관점에 따라서는 ‘훔쳤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결론을 알게 됐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스스로 발명한 게 별로 없다. 그들은 사실 지독한 거지였다. 페니키아인에게는 알파벳을, 이집트인에게는 의약과 조각을, 바빌로니아인에게는 수학을, 수메르인에게는 문학을 빌렸다. 그들은 지적 도둑질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아테네인들은 온갖 잘못을 저질렀지만(노예제와 여성에 대한 처우를 보라) ‘우리가 발명하지않았어‘ 콤플렉스는 없었다. 그들은 괴테 말마따나 "자신이 표절했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무의식적 자만"임을 알고 있었다. - P91
물론 그들은 아이디어를 빌려 거기에 자신의 도장을 찍었다. 아테네인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을 훔치든 그들은 ‘아테네화‘했다. 플라톤은 휴브리스의 기미를 강하게 풍기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인은 외국인에게서 빌린 것을 완벽하게 만든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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