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날 위선자, 거짓말쟁이로 만들었어요. 날 자신들의 미적지근한 생활 속에 질식시켰던 거예요. 어떻게 해서 내 혈관에 아직도 피가 남아 있는지 알 수 없군요. 난 눈을 내리깔고 그들처럼 맥없고 어리석은 낯짝을 하고 있었죠. 난 그들과 똑같이 죽은 생활을 했어요. 당신이 날 만났을때 난 바보같았어요. 그렇지 않았나요? 침울하고 기운이 빠지고 정신이 나가 있었어요. 난아무 희망이 없어서 언젠가는 센 강에 투신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그렇게 되기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증오의 밤을 새웠는지 아세요? 저 시골 베르농에 살 때 싸늘한 방에서 나는 베개를 물어뜯으며 울음을 참았어요. 나는 속을 부글부글 끓이며, 나 자신이 비겁하다고 생각했어요. 피가 전신을 태우는 바람에 사지가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나는 두 번이나 도망쳐 곧장 햇빛 속을 뚫고 어딘가로 가려 했어요. 그러나 용기가 부족했던 나는 맥없는 그들의 친절과 구역질나는 그들의 애정에 붙잡혀 온순한 바보가되고 말았지요. 그래서 나는 거짓말을 했어요. 아니 늘 거짓말을 한 셈이죠. 나는 그들에게 순종하며 조용히 지내면서도 무언가를 때리고 물어뜯을 꿈을 꾸고 있었지요." - P72

"그러니까 당신은 경찰이 무력하다는 걸 인정하는군요! 대낮에도 버젓이 돌아다니는 살인자들이 있으니까!"
"흥! 딱한 노릇이지만 그렇달 수밖에" 하고 퇴직 경관이 대답했다.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그리베가 결론을 내렸다.
이런 대화가 오고 가는 동안 테레즈와 로랑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그리베의 어리석음에 미소조차 보이지 않았다. 둘다 식탁에 팔꿈치를 대고 다소 창백한 얼굴에 흐리멍덩한 눈을하고 그저 듣고만 있었다. 잠시 그들의 검고 뜨거운 시선이 서로만났다. 조그마한 땀방울이 테레즈의 머리카락 속에 방울져 있었고, 불어오는 찬바람에 로랑의 피부는 보이지 않는 전율을 일으키고 있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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