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자살했을 때, 우리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심리적 부검을 합니다. 그 사람의 의학적 기록과 사회적 관계를 검토하며무엇이 그 개인을 자살로 몰고 갔는지에 대해 파악하지요. 한국과 같이 한 사회의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했을 때, 우리는 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이 공동체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는 1997년 IMF 경제위기 직후부터 시작됐습니다. 비정규직 고용이 전 사회적으로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한 때입니다. 2000년대에 한국사회를 아프게한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요. 많은 이들에게 삶보다 죽음을 선택하게 만들었던 원인으로 저는 비정규직 고용을 주목합니다. 이시기부터 저임금으로, 위험한 작업환경을 감수하며 고용불안속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가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일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조차 자신이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일해야 했습니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이 존재하지 않는, 해고된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이 작동하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해고는 살인‘이 될 수 있고,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은 삶을 뿌리째 흔드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