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라이든은 게리가 자신을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다는 데 놀랐다. 그러나 실러의 다음 말을 듣는순간, 라이든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게리는 실러와 자신의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톰 라이든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했던 선생님이었다고. 게리는 살면서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라이든에게는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자신이 선생님 말을 너무나 듣지 않았고 또 실망시켰다고 생각해서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1977년 당시, 나는 포틀랜드 로즈 시에 있는 파크 학교 교장으로 있었어요." 하고 라이든은 말했다. "그때 그 학교에는 심각한 문제아가 하나있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그 학생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지도할 선생을 두명 배정했지요. 그러나 그 선생들은 하는 데까지 해보았지만 더 이상 안되겠다면서, 매정하지만 이제 관계당국에 넘기는 게 좋겠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내가 실러 씨에게 전화를 받던 날, 그 아이에 대한 임원회의가 열렸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선생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제, 나는 게리 길모어와 관련된 전화를 한 통받았습니다. 게리는 어떤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어릴 적 8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 있었는데, 자기는 그 선생님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그 선생님이 자기 손을 잡아줄 만큼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고. 그 선생님이 바로 저입니다. 자, 선생님들, 우리가 이 학생에게 해줄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그 후론, 그 선생들은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온몸을 던졌습니다. - P247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렇다. 많은 사람들이 최선의 의도를 갖고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의 소년원 생활이란 잔혹한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소년들은 냉혹하고 격리된 환경에 갇혀서 교관들이 휘두르는 매를 맞으면서 경악할 만한 폭력과 성추행을 당해야 했다. 그런 세계에 갇혀 지낸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경우에는 더 큰 두려움과 더 큰 증오심만을 키우게 된다. 그곳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보통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누구든 그런 곳에 갇혀 있으면 증오심으로 가득 찬 인간이 되지요. 그리고 만약 그 증오심을 밖으로 표출할 수없을 때에는 혹은 표출한다 하더라도 총을 들고 은행에 들어가서 사람들을 쏴버리겠다는 상상을 하는 정도로 그친다면 그땐 바로 자기 자신을 증오하게 됩니다. 자기파멸의 상태에 이르면 다른 누군가가 자기를 최악의 상태로 몰아가도록 만들지요. 그런데 때로는 그 유일한 방법이 바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악랄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분노하게하는 것입니다." - P274

당시엔 정말 괴로웠지. 하지만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이런 의문이 들어. 그때 내가 무사히 막대사탕을 훔쳤다면? 아마도 계속 사탕을 훔쳤겠지. 그리고 누가 알아? 내가 더 나쁜 길로 빠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벌을 받은 경험이 형이 죄를 짓지 않도록 막아줬다는 말인데, 게리 형은 왜 그렇게 된 걸까?" 하고 나는 형에게 물었다.
프랭크는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벌을 안 받았더라면 자신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게리가 해봤더라면 좋았겠지. 게리는 항상 벌을 받았어. 그런데 그 벌은 게리의 행동을 막아준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악화시켰지. 나는 이렇게 생각해. 게리의 마음속에는 늘 벌을 불러들이는 뭔가가 있었다고.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게 없었을 뿐이야.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 어떤 때는 이런 생각이 들어, 게리와 게일렌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격정적인 기질을 물려받은 거고, 너와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이야."
프랭크 형은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다시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 P349

 그렇게 앉아 있는 어머니를 보니, 문득 어머니가 가여웠다. 어머니는 또 발작적인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깊고 넓은 슬픔과 분노를 일으키는 감정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날 그걸 보았던 것 같다. 그 감정의 바다는 너무도 깊고 넓어서 거기 빠지면 오로지 한 가지만을 원하고 동시에 두려워하게 되는데, 그건 그 광기의 바다에 온전히 자신을 맡겨버리는 것이다. 그 순간 어머니에게 달려가서 껴안고 위로해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난 엄마 마음 이해해요. 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시키는 대로 마음에 꼭 드는 타일로 바꾸세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 P387

 어머니 대답은 이랬다. "빌어먹을. 모두 내가 자초한 거야. 입을 꼭 다물고 말을 안 했으니까. 그래서 네 아버지가 날 그렇게 대접한 거야. 그렇게 당하고 살 만했어. 그래, 그게 전부야." 어머니는 자신이 매를 자초했다고 믿었고, 그런 어머니의 태도에 나는 화가 치밀고 또 슬퍼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인간관계를 감내하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럴 때 고통은 바로 자신의 일부가 된다. 그러므로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고통 속에 남아 있는 것보다 더 두럽게 느껴진다. 그것을 잃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잃어버리게 될까 두렵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처음부터 전부 다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똑같은 오류를 다시 한번 같이 만들어나갈 또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할것이다.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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