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처럼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죽음에 따른 고통은 오래갔다. 아니 사실아직도 그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머니가 무디고 속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두려워했고 그런 어머니에게서 도망치려고 했다. 그런데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나니 갑작스럽게 불어온 거센 비바람에 주변을 둘러 봐도 피할 곳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P306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반세기 이상이 걸려 토리노까지 온 그 두 인형은 릴라가 잘 지내고 있으며 나를 사랑하고 이제 드디어 틀을 깨고 세계 일주를 할 생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지난날 릴라의 세계만큼 작아진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진실에따라 젊은 시절 다른 사람들 때문에 또는 자기 자신 때문에 누리지 못했던 삶을 살아가면서 늙어갈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안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나는 두 인형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곰팡이 냄새가 났다. 나는 인형들을 내 책등에 기대어 놓았다. 보잘것없고 못생긴 인형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혼란스러워졌다. 소설과는 달리 진짜 인생은 일단 지나간 후에는 명확해지기보다 모호해지는 법이다. 릴라가 이토록 명확하게 자신을드러냈으니 이제 다시는 릴라를 보지 못해도 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 P6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