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릴라가 겁에 질려 쏟아낸 파도 같은 말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두려움은 내 안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용암도, 모든 것을 녹여버리고 지구 내부에서 흐르는 상상 속의 불타는 강물마저도 나를 두렵게 하지 못했다. 모든 두려움은 내 머릿속에서 정돈된 문장과 조화로운 이미지로 정리되어 나폴리의 길처럼 까만돌로 포장된 도로가 되었다. 그 도로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나였다. 한마디로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공부든 책이든 프랑코든 피에트로든 아이들이든 니노든 지진이든 그 무엇이 내게부딪혀 올지라도 결국 다 지나갈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나의 수많은 자아 가운데 그 어떤 것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터였다. 나는 연필심이 원을 그리는 동안 움직이지 않는 컴퍼스의 고정된 축이었다. - P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