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는 심각한표정으로 피누차를 돌아보며 평소보다 훨씬 경멸에 찬 어조로 내뱉었다.
"어서 가서 얼굴을 씻어. 젖은 수영복일랑은 벗어버리고."
피누차는 멍하게 릴라를 바라보았다. 두 여자 사이에 아주 빠르게무엇인가가 오고갔다. 눈에 보이지 않게 자신들의 은밀한 감정을 주고받았다. 내면 깊은 곳에서 생성된 미세한 입자를 서로에게 분사했다. 충격과 전율의 순간이 몇 초간 지속되었다.
나는 미묘한 기류를 어렴풋이 느낄 수는 있었지만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릴라와 피누차는 달랐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했다.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피누차는 비록 경멸이 섞이기는 했지만 릴라가 자신의 상태를 눈치채고 이해하고도우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릴라의 말에 따랐다. - P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