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렇게 해야 했잖아요." 몰로니가 말했다.
프라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그맣게 웅얼거리는 소리만 냈다.
"그렇지 않아요?" 그가 압박했다.
그녀가 다시 웅얼거렸다. 그런 다음, "네"라고 내뱉었다.
"그 얘기를 하고 싶으세요? 아님. 하고 싶지 않으세요?" 몰로니가 물었다.
프라이스는 맥콘빌이 죽었을 때 세 명의 "무명인들"이 있었다고 했다. "땅꼬마" 팻 맥클루어, 또 한 명의 의용군, 그리고 프라이스 본인이었다고 했다. 그들은 총이 딱 한 자루 있었으며, 양심의 가책을 받을까 걱정된 나머지 각자 한 발씩 쏘기로 결정했기에 누가 쏜 총알에 맞았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은 총살단이 쓰는 오래된 수법이었다. 즉, 소총 중 하나에 공포탄이 장전되어 있었기에 총을 쏜 후 저격범들은 저마다 자신이 목숨을 앗아간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은 허구로 위안을 주는 역할을 했다. 비록 이 경우에는 총이 단 한 자루였기 때문에 그들 중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그다지 모호하지 않았을 터였지만 말이다. 프라이스가 말했다. "우리는 차례로 총을 쐈어요." 프라이스는 자신의 차례가 되어 총을 쐈을 때 의도적으로 빗맞혔다고 했다. 그런 다음 나머지 둘 중 한 사람이 방아쇠를 당겼고, 맥콘빌은 고꾸라졌다. - P409

북아일랜드 사람들은 "희생자 계급"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분노는 잔혹행위의 성질에 의해서가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가 어디에 소속되어 있냐에 의해 좌우된다. 법적으로 말하자면, 국가는 물리력의 합법적인 사용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기때문에 더욱 관대함을 부여받아야 하는 걸까? 혹은, 역으로, 우리는 군인이나 경찰을 무장세력보다 한층 더 높은 기준에 맞추어야 하는 걸까? - P441

 또한 폴리니와 마찬가지로 맥커스는 내게 세 번째 인물의 정체를 말하기를 거부했다. 그가 말한 것은 총을 쏴서 진 맥콘빌을 죽인 사람이 바로 그 세번째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한 가지 단서를 더 주었다. 맥커스가 말하기를, 어느 시점에 제리 아담스가 그 저격범에게 자신의 개인 운전기사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했었다는 것이었다.
그 누설로 인해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지난 세월을 거치는동안 아담스의 운전기사였던 사람들을 모두 추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다음 맥커스는 내게 그 살해범이 실제로 운전기사 일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담스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감질나게 하는 세부사항으로 애타게 하고는 나를 다시 거의 원점으로 남겨 놓았다. 결국 나는 실제 저격범의 정체를 절대 알 수 없겠다고 결론지었다. 말 그대로 "무명인"인 상태로 남겠구나 싶었다.
몰로니가 프라이스와의 인터뷰 녹취록을 건네주었을 때 나는 문서 전체를 재빨리 탐독한 다음 며칠에 걸쳐 계속해서 특정 부분을 세세히 읽어보며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들과 관련된 세부사항들을 추려내었다. 원고를 마감하기 전에 혹시 중요한 세부사항들을 간과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터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기로 했다. 12페이지를 읽는 순간 나는 전에놓쳤던 것을 맞닥뜨리고는 깜짝 놀라 똑바로 앉았다.
녹취록에서 몰로니는 1970년대 초에 제리 아담스가 IRA의 여러 여단과 대대에서 맡았던 요직에 관해 묻고 있었다. 어느 시점에선가 프라이스가 말했다. "실제로 그때쯤에는 여단으로 옮겨갔을 거예요. 내 동생이 자신의 운전기사가 되기를 바랐거든요." - P455

비둘기들은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최초의 동물 중 하나로, 5천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일부일처제이며 새끼를 맹렬히 보호한다. 인간운동선수가 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지구력을 키워 점진적으로 더 먼 거리를 비행한다. 아일랜드인 비둘기 경주 참가자들이 잉글랜드나 프랑스까지가서 자신의 비둘기들을 날려 보내면 그들은 둥지로 되돌아오기 위해 수백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악천후를 뚫고 바다를 건너 집으로 날아올 것이다. 때로는 기나긴 경주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진력을 다해 날아왔기에 체중의 절반을 태워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씨앗을 주고 편안하게 해주며 알뜰살뜰 보살피면 다시 경주할 힘을 기를 것이다.
경주가 열리는 날이면 마이클은 비둘기들을 날려 보냈고, 비둘기들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곤 했다. 그런 다음, 결국엔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는 언제나 비둘기들의 그런 점을 무척 소중히 여겼다. 그들은 정처 없이 떠돈다. 그러나 그들의 타고난 본능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날아오는 것이다. -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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