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이 책을 쓰기시작했다. 나는 내 인종 정체성을 소재로 글을 쓰는 일은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다는 편견을 한참 고수했는데, 그런변명의 저변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 그것을 비집어 열어야 했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마치 해부용 테이블에 뇌를 올려놓고 반으로 갈라 글쓰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신경을 핀셋으로 골라내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나는 이 우리라는것과 씨름해야 했다. 저들에게 맞서는 수천 개의 나팔과도 같은 우리를 청중에게 강력하게 내세울 만한 자신감이 내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 불특정해서 공유하는 언어가 있는지조차 의문인 아시아인이라는 인종 집단을 내 체험의 무게로 - 동아시아인, 전문가 계급, 시스젠더 여성,
무신론자, 반골로서 - 규정해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그일인칭 복수 대명사를 누가 건드린 달팽이 촉수처럼 오그렸다. - P245

우리 아버지의 전쟁 때 이야기를 미처 못끝냈다. 통역자가 학교동창인 큰아버지를 알아보고 미군에게 그들이 쓰는 이상한 언어로 말했다. 마술처럼 병사들이 총을거뒀다. 아버지는 영어의 힘에 경악했다. 할아버지 댁에서 할아버지를 쏘려고 했던 이 거구들이 이제는 아버지에게 주려고 배낭을 뒤져 둥글고 파란 참스사워볼 사탕통을 꺼냈다.
아버지가 체리, 레몬, 라임맛 설탕 결정을 입안에 넣자 온통 폭발하는 향기가 놀라웠다.
지구상의 가련한 자들은 모두 이 사탕을 안다. 총격전이 끝나면 허쉬 초콜릿을 나눠주고 급습 전에 엠앤엠즈 초콜릿을 배포했다. - P246

부채 의식은 감사하는 마음과는 다르다. 로스게이는 자기 시에서 무화과의 "벨벳처럼 부드러운 속살"을 맛보거나 녹슨 빨간 펌프로 끌어올린 차가운 물을 마시는 순간처럼 삶의 소소한 순간에 감사한다. 그는 심지어 못생긴 발에도 감사한다. 맨발일 때 못생긴 것이 너무 신경 쓰여 "스무마리의 꼬마 타조처럼 모래 속에 발가락을" 파묻을 정도였는데도 말이다.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는 것은 현재의 밝은 빛속으로 팔다리를 마음 편하게 쭉 뻗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그게 행복이다.
부채 의식이 있으면 생각이 미래에 고착된다. 나는 어쩌다 행운을 얻으면 쉽게 흥분하는 조그만 강아지처럼 긴장한다.
이 행운은 누구 것이지? 물론 내 것일 리 없어! 나는 행운을 거저 받는 선물이 아니라 앞으로 매주 악운을 당함으로써 할부상환해야 하는 융자처럼 취급한다. 내가 이 모양인 것은 잘못키워져서 - 억지로 고마워하도록 욱지름을 당해서 그런 것이 틀림없다. 저를 위해 인생을 희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대가로부모님을 위해 제 인생을 희생하겠습니다!
나는 그 모든 것에 반항했다. 그 결과 나는 배은망덕이라는 최악의 인간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 책도 배은망덕한 책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부채의식을 지닌 작가는 환심을 사려는 이야기를 쓸 확률이 높다. 나도 이 나라에 그야말로 빚을 졌지만 나는 오히려 항상 배은망덕할 것이다.
- P248

현재 나는 역사가 디지털 아카이브로 대거 흡수되어 우리 스스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글을 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클라호마주에 설치했던 일본인 강제 수용소 한 곳을 다시열어 중남미 아동들로 채우려고 계획 중이다. 일본인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소수의 생존자가 이 재설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매일 벌이고 있다. 한때 나는 일본인 강제 수용소 생존자가 다들 어떻게 됐는지 한가한 태도로 궁금해하곤 했다.
왜 자취를 감췄지? 왜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 재설치 반대 시위에서 톰 이케다가 말했다. "우리는 취약한 공동체에 동맹이 되어주어야 한다. 1942년에 일본계 미국인은 그런 동맹이없었다."
우리는 이 나라에 늘 있었던 존재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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