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실제로 돌로는 수렴 진화(收렴進化, 다른 계통에서 비슷한 적응 형질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흥미를 가진 다윈주의자였다. 그는 기초 확률론의 관점에서 보아도, 수렴을 통해 완전히 유사한 현상은 절대 일어날수 없다고 주장했다. 생물은 결코 자신의 과거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계통이 다른 생물이 공통된 생활 양식에 적응하면서 외형적인 유사성을 나타낼 수는 있다. 그러나 생명체는 복잡하고 독립적인 수많은부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전부가 완전히 동일한 결과를 얻기 위해 두 번 진화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진화는 거꾸로 돌릴 수 없다 (불가역)는 것은 바로 그런 뜻이다. 선조의 징후는 반드시 보존되며, 수렴은 아무리 그럴듯하게 보여도 항상 표면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내가 가장 경탄스럽게 생각하는 수렴의 예를 하나 살펴보자. 그것은 바로 어룡이다.육생 선조에서 파생한 이 바다 파충류는 어류에 흡사하게 수렴해서, 고도로 효율적인 유체 역학적 설계의 등지느러미와 꼬리를 적재적소에 진화시켰다. 이 구조들이 주목할 만한 까닭은, 그것들이 원래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무(無)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선조인육생 파충류는 등에 아무런 혹도 없었고, 꼬리에는 지느러미로 발달할 수 있는 돌기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룡은 전체설계나 복잡한 세부 구조의 측면에서 물고기와는 다르다. (예를들어 어룡의척주가 아래쪽 꼬리지느러미 속으로 뻗어 있는 데 비해, 꼬리 척추를 갖는 어류의 척주는 위쪽 꼬리지느러미 속으로 뻗어 있다.) 어룡은 폐를 가지고 있어서 수면에서 호흡하고, 지느러미가 아니라 변형된 발뼈를 골격으로 하는 지느러미 모양의 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파충류에 속한다. - P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