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린 시절 꿈꿔왔던 부의 의미가 다시 한번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아씨들 같은 책을 출판해 부와 명성을 얻고 제복을 입은 하인들이 금화로 가득 찬 보물 상자를 들고 행렬을 지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성에 쌓아둘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지만 우리 존재를 확고하게 해주고 우리자신을 포함하여 소중한 사람들의 ‘경계의 해체‘를 막아줄 시멘트같은 돈의 이미지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부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구체성과 일상적인 행동, 그리고 협상이었다.
사춘기 시절 부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세상에 둘도 없는 신발같은 어린 시절의 공상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귀족처럼 돈을 쓰고싶어 하는 리노의 광폭한 욕구의 형태로 나타났다. 또 부는 환심을얻으려고 텔레비전, 파스타, 반지를 사는 마르첼로에 의해서도 나타났고, 온갖 종류의 힘을 팔고 빨간색 오픈카를 가지고 있으며 4만 5천 리쯤이야 푼돈이라는 듯이 돈을 쓰고 릴라의 그림을 액자에 넣고 치즈 같은 식료품 말고도 신발을 팔기 위해 자재비와 인건비에 투자하고 자신이야말로 동네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도래하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스테파노에 의해서도 체현되었다. 부라는 것은 생활 속에 이미 내포된 것이다. 거기에는 영광도 화려함도 없었다. - P330

나는 창문에서 릴라를 바라보면서, 과거의 그녀 모습이 망가져버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편지에 쓴 아름다운 문장들과 금이 가고 구겨진 구리 냄비를 생각했다. 그녀와 나의 내면에서 파열음이 날 때마다 항상 그 이미지를 떠올렸다. 나는 그 어떤 형태의 틀도 릴라를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머지않아 그녀가 모든 것을 또다시 파괴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아니, 릴라가 그렇게 하길 바랐다.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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