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을 때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탕에 있는혼란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것이다. 어른들은 어제, 그제, 길어봤자 한 주 전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며 내일을 기다린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없다.
아이들은 어제의 의미, 엊그제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내일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이다. 여기가 길이고, 우리 집 현관이고, 이 사람이 엄마이고, 아빠이고, 지금은 낮이거나 밤인 것이다. - P29

지나는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온 세상은 후두염, 파상풍, 출혈성 티푸스, 가스, 전쟁, 기중기, 돌담, 노동, 폭격, 폭탄, 결핵에서 화농까지 목숨을 앗아가는 단어들로 가득 찬 그런 세상이었다. 아주 일상적인 일들도 죽음의 요인이 될 수 있었다. 땀을 많이흘린 다음 두 손목에 물을 살짝 적시지 않고 급하게 차가운 수돗물을 들이켜다 죽기도 했다. 갑자기 온몸에 붉은 반점이 돋아나서 죽기도 했고 기침하다 숨이 막혀 죽기도 했다. 검붉은 색으로 잘 익은 체리를 먹다 씨가 목에 걸려 죽는 일도 있었고 미제 껌을 씹다 무심코 삼켜 죽기도 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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