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염이 그린 도안을 발전시켜 크롬 살갖이 접히는 정교한 구조와 금속 뼈대의 복잡한 연결 부위를 설계했다. 경첩 하나하나를 결합하고, 톱니바퀴 한 개 한 개를 조립하고, 모든 전선을 납땜질하고 이음매를 용접하고 구동 장치 하나하나에 윤활유를 발랐다. 그렇게 염의 몸을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광경은 경이로웠다. 내 눈앞에서 염은 마치 은빛 종이접기 구조물처럼 접혔다가 펼쳐지기를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태곳적의 전설에 나오는 존재처럼 아름답고 소름 끼치는 크롬 여우가 내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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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도 얘기했지만, 난 죽지 않았어.
그때껏 살면서 난 담배가 내 영혼인 줄만 알았어. 그래서 ‘담뱃갑‘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 거야. 애초에 관심도 없었어, 그 얌전한 종이 껍데기에는 그 껍데기 속의 조그마한 빈 굴에도.
빈 담뱃갑은 길을 잃고 집에 들어온 거미를 바깥으로 데리고 나갈 때 집 대신 요긴하게 쓸 수 있어, 잔돈이나 옷에서 떨어진 단추를 넣거나, 반짇고리로 쓰기도 좋고, 립스틱이랑 아이라이너랑 조그만 블러셔 같은 것도 그럭저럭 넣고 다닐 만해, 내가 넣고 싶은 건 뭐든 다 받아들이는 물건이지.
내가 지금 느끼는 기분이 바로 그거야. 마음이 탁 트인 기분, 만사가 태평한 기분, 어디에든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말이야. 그래, 내삶은 이제 비로소 진짜 실험이 됐어. 다음엔 뭘 할 수 있을까?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 전에 난 먼저 내 담배를 다 피워 버려야 했어. 나한테 일어난 일은 ‘상태 변화‘였어. 내 영혼이 담배 한 갑에서 담뱃갑으로 바뀌었을 때, 난 성장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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