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트럭 운전석에 앉아 오고가는 쇼핑객들을 바라본다. 모두가 바삐 움직인다. 다들 무슨 할 일이 그렇게 많고, 무슨 생각들이 그리 많은지. 나도 바삐 움직여야지. 집에 가서 글렌다와 둘이 먹을 저녁을 지어야겠다. 내일은 북쪽의 농장으로 출근해 온종일 라이딩해야지. 계속 바삐 움직일 테다. 하던 대로 해나갈 것이다. 내가 바꿀수 없는 일들에 집착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
십오 분을 더 주차장에서 뭉그적거린다. 도무지 시동을 걸지 못하겠다.
- P259

말을 타는 건 파도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늘 생각해왔다. 파도는 우리를 감으면서 지나간다. 우리는 파도를 발로 차거나 때리지 않고, 파도를 컨트롤하는 건 꿈도 꾸지 않는다. 모든 파도는 특색이 있다. 어떤 파도는 순식간에 높은 벽을 만들었다가 금방 꺼진다. 어떤 .파도는 얇게 밀려와 천천히 일어선다. 그런 파도는 표면에 부서진 자국 하나 없이 매끄러운 터널을 만든다. 파도가 다가오는 게 보이면서프보드를 비스듬히 놓는다. 그리고 손으로 물 저을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일단 파도가 감아오기 시작해 우리를 덥석 물면, 그다음엔 마치 연인에게 하듯 그저 표면을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수밖에 없다.
- P338

"열린 그릇이 되려고 해봐." 스승 중 한 분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더 많이 열려 있을수록 말들도 제 마음을 더 전하려고 할 거야." 그분은 말 타는 얘기를 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파도타기를 생각하고있었다.
- P340

이제 머지않아, 언제고 토니와 일라이자와 랜디는 이 목장을 떠날 것이다. 형기를 마치자마자 우리의 세계로 다시 들어올 것이다.
조이와 올리비아도 결국에는 다른 데로 갈 것이다. 나는 루나 그리고 루나의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남겨질 것이다. 어쩌면 가축전담반에 재소자들이 더 들어올지 모르고, 지금보다 훨씬 많이 들어올지도 모른다. 나의 두려움, 외로움, 다 버리고 도망치고픈 욕구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변화는 어느 날 느닷없이 발현될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생명을 구하고 있어요." 몇 달 전 일라이자가 교도소에서 목장으로 이소하려고 면접 보러 온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한 번에 하나씩요."
- P360

토니는 양쪽 발을 다 땅에 내려놓고 있다. 돌아서서 나를 보며 허락을 기다린다.
"이제 기승해도 돼요?" 토니가 묻는다.
"루나가 준비된 것 같으면요." 하지만 나는 마음속 깊이 알고 있다. 루나가 준비됐다는 것을.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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