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은 원래 혁명가에게 최악의 적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모두 그렇듯이, 카타르도 석유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석유가격과 민주주의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바있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민주화 움직임이 줄어든다. 석유가 풍부한 나라의 지도자들은 권력을 움켜쥔 손에서 힘을 뺄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모두들 편안하고, 따라서 행복한데. - P212
19세기, 즉 카타르라는 나라가 생겨나기 100년 전에,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켕은 ‘아노미 자살‘이라는 말을 썼다. 이것은 사회의 도덕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뒤르켕은 엄청난 재앙이나 행운이 도덕을 흔들어버릴 수 있다고 믿었다. 재앙에 대해서는 이해가 간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절망으로 곤두박질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복권 당첨자나 석유부국의 국민들이 낙담하는 건 뜻밖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일어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소식, 이를테면 승진이나 갑작스러운 횡재 소식을 들었을 때 뜻밖에도 불안감이 언뜻 스쳐 지나가는 기묘한 경험을 한다. 주위 사람들도 잘됐다고 축하해주고 본인도 기분이 좋아야 마땅하다는 걸 아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본인도 그 이유를 모른다. - P212
나는 압둘아지즈에게 카타르 같은 나라의 부족적 본성은 어떻게된 거냐고 묻는다. 행복을 위해 가족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아는사실이다. 그런데 부족이라는 것도 사실은 확대가족에 불과한 것 아닌가. 따라서 카타르 같은 부족사회가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이 나라가 아주 부자라서 편안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더 그렇다. 부족적인 삶이 자양분이 된다는 데에는 압둘아지즈도 동의한다. 부족은 안전망이다. 그런데 이 안전망이 오히려 목을 조이고 있다. "여기서는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항상 누군가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행여 말이나 행동에서 실수를 하지 않게 조심해야 돼요." "비밀경찰이라도 있는 건가요?" "아뇨." 압둘아지즈가 나의 무지를 가볍게 비웃으며 말한다. "가족이 감시하는 겁니다." 그가 계속 말을 잇는다. "외국인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아니, 다른 부족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 해도 마찬가집니다. 사는 게 힘들어질 테니까요. 결혼할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일종의 정치적 캠페인을 벌여야 합니다. 잔치를 열어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놓아야 하거든요." 카타르에서는 돈이나 교육 수준보다도 부족 내의 지위가 더 중요하다. - P223
그녀는 답장에서 고맙지만 행복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바로 어제세 살짜리 아들이 희귀병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현실을 잘못 읽은 것이다. 힌두교도들의 말처럼, 모든 것이 마야, 즉 환상임을 이번에도 깨닫지 못하다니. 무엇이든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우리 인간은 아무것도 모른다. 전혀 무서운 생각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를 해방시키는 생각이기도 하다. 우리가 기뻐하는 것, 우리가 성취한 일은 모두 진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패배, 우리의 무시칼라도 마찬가지다. 그것들도 진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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