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은 훨씬 더 큰 집도 보았다. 아니, 중요한 것은 잔디밭의 초록빛, 벽돌 사이에 흰색 회반죽을 발라 생긴 정교한 선,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단풍나무 잎의 바스락거림, 바로 그 산들바람 자체였다. 입구에 뒤섞여 나는 세제와 요리와 풀잎의 부드러운 향기, 누군가 헝클어뜨린 뒤 펴는 것을잊은 듯 한구석이 소 혀처럼 말려 올라간 작은 융단이었다.
집에 들어가는 대신 집이라는 개념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어떤 원형이 여기 펄 앞에서 살아났다. 듣기만 했지 본 적은 없는 무언가가, 멀리 떨어진 방들에서 생명의 신호 텔레비전 광고의 낮은 웅얼거림, 시간이 다 됐다고 알리는 전자레인지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꿈속인 듯 멀게 들렸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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