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멀리스에 관한 최고의 ‘전설‘은 드라이브 데이트를 하던 중 PCR을 생각해 냈다는 것이다. 과학계 최고의 홈런왕인 멀리스에게 노벨상을 쥐어준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이었다. 그는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생명의 본질이 자기 복제 능력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DNA가 상보적인 두 가닥의 사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그것이 서로 상대방을 거푸집 삼아 복제된다는 것을 알았다. 프라이머라 불리는 짧은 DNA가 복제를 개시한다는 것, 그리고프라이머는 손쉽게 인공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당시의 과학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던 것들이다. 그러나 바로 그 앞의 안타레스의 잔상을 본 이는 멀리스뿐이었다. - P86
그런데 너무나 한순간에 그 방법이 떠올랐다. 30억 개의 뉴클레오티드 가운데 한 개의 올리고뉴클레오티드에 결합하는 장소, 천 곳을 알아냈다고 하자. 그렇다면 거기에 또 하나의 올리고뉴클레오티드를 사용하여 다시 한 번 걸러내는 것이다. 첫 번째 올리고뉴클레오티드가 결합한 장소의 하류에 두번째 올리고뉴클레오티드가 결합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된다. 첫 번째 올리고뉴클레오티드가 우선 천 곳의 후보지를 선택한다. 두 번째 올리고뉴클레오티드가 그 중에 단 하나의 정답을 골라낸다. 그리고 DNA가 자신을 복제하는 능력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중략) "야호" 나는 환호하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다. 차는 하행 커브의 갓길에서 멈췄다. 길 옆 언덕에 늘어져 있는 커다란 칠엽수가지가 제니퍼가 앉아있던 옆자리 조수석 창을 간질이고 있었다. (중략) 그녀는 졸면서 조금씩 몸을 뒤척였다. (중략) 제니퍼가 빨리 가자고 했다. 내가 말했다. 굉장한 걸 발견했어. 그녀는 하품을 하더니 창에 머리를 기대고는 다시 잠들었다. 우리는 128번 도로 75킬로미터 지점에 서있었다.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PCR 시대의 바로 앞에 서있었다. (출처 앞의 책과같음) - P88
그래서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저명한 과학 잡지뿐 아니라 논문 발표의 장이 되고 있는 대부분의 전문지는 피어 리뷰(peer review, 동료 검토)라는 방식으로 게재 논문 채택을 결정한다. 피어는 동업자라는 뜻이며, 누군가가 특정 전문 분야의 논문을 투고하면 전문지 편집 위원회는 그 분야의 전문가인 피어에게 논문 심사를 의뢰한다는 것이다. 피어는 논문의 가치를, 그 신규성, 실험 방법, 추론의 타당성 등에 대해 판정하고 편집 위원회에 채점 결과를 알린다. 위원회는 그 판정에 근거하여 논문을 게재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한다. 사전청탁이나 정실이 불가능하도록 누가 피어가 될지는 편집 위원회의 기밀 사항에 부치고 논문 저자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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