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글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
생물학자들의 죄가 크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연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피도 눈물도 없는 삭막한 곳으로 묘사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 죄를 죄다 찰스 다윈 Charles Darwin 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에 뒤집어씌웠다. ‘적자생존‘은 원래 다윈이 고안한 표현도 아니다. 다윈의 전도사를 자처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의 작품인데 앨프리드 월리스 Alfred Wallace 의 종용으로 다윈은<<종의 기원>> 제5판을 출간하며 당신 이론의 토대인 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 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다윈의 죄는 거기까지다. 《종의 기원은 물론,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과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그는 생존투쟁struggle for existence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오로지 주변 모두를 제압하고 최적자 the fittest가 돼야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양한 예를 들어 풍성하게 설명했다. 그의 후예들이 오히려 그를 좁고 단순한 틀 안에 가둔 것이다. - P4
다윈은 자연에서 친절과 협력을 끓임없이 관찰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썼다. 다윈을 위시하여 그의 뒤를 이은 많은 생물학자도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상적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대중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적자생존‘ 개념은 최악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한 연구는 가장 덩치 크고 가장 힘세고 가장 비열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비축된 에너지를 고갈시켜 면역체계를 약화하고 결국 우리는 더 적은 수의 후손을 남기게 된다. 마찬가지로 공격성이 높을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데, 싸워서 다치거나 잘못되면 죽을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적자‘는 우두머리 지위를 차지할 수도 있지만, 그러다가 ‘더럽고 잔인하고 짧은 인생으로 끝날 수도 있다. 다정함은 일련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협력, 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대략 정의할 수 있는데, 다정함이 자연에 그렇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속성이 너무나 강력하기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다정함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는 단순한 행동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어떤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협력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등의 복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P20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리카를 떠나 빠른 속도로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몇천 년 안에 멀게는 오스트레일리아까지도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이 위험천만한 횡단을 위해 우리 사람 종은 무기한 여행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음식을 꾸리고 예기치 못한 고장에 대비하며 낯선 사냥감을 포획할 때 사용할 도구를 성겨야 했고, 바다에서 마실 물을 채워 넣는 것처럼 예상 가능한 문제도 해결해야 했을 것이다. 뱃사람들은 아주 사소한 사항까지 놓치지 않고 주고받을 정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했으므로 일부 인류학자는 이 무렵 우리의 언어가 이미 완성 단계였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들 뱃사람이 수평선 너머에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추론을 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철새의 이동 패턴을 관찰했거나 멀리서 산불 연기가 나는 것을 보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평선 너머에 어딘가가 있다는 생각은 상상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 P27
친화력은 자기가축화 self-domestication 를 통해서 진화했다. 수 세대에 걸친 가축화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지능을 쇠퇴시키지 않으면서 친화력을 향상시킨다. 어떤 동물이 가축화될 때는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많은 요소가 변화를 겪는다. 가축화징후 라고 불리는 현상의 변화 패턴은 얼굴형, 치아크기, 신체 부위별로 각기 다른 피부색에서 나타난다. 호르몬과 번식주기, 신경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가 연구에서 발견한 것은 조건이 일정하다면 자기가축화가 타인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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