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플라스틱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플라스틱은 열과 압력을 가하면 마음대로 성형이 가능한 고분자화합물을 말하는데,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HDPE, LDPE, PP, PET, PS, PVC 등플라스틱은 재질도 다양한 데다가 상품별 색상과 디자인까지 천차만별이라 쓰레기를 다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류하고 가공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아이스커피를 테이크아웃할때 쓰는 일회용 컵의 경우, 상품별 경도와 투명도 및 색이 다르고 업체명이나 로고가 인쇄된 경우도 많아 재활용이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플라스틱 자체가 저렴하기 때문에 재활용한 제품은 더 쌀 수밖에 없다. 여간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않는다. 시민이 열심히 분리배출해도 수거 - 선별 - 파쇄 - 세척 -압축 - 성형 등 일련의 재활용 과정 속에서 상당량이 탈락한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재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민과 재활용 업체가 노력해봐야 기대만큼 잘 안 된다.
- P156

플라스틱은 부서진다. 어떤 플라스틱은 손아귀 힘으로도 쪼개지고, 어떤 플라스틱은 파도와 햇빛에 의해 더 작은 조각이된다. 풍화와 마모를 거치며 큰 플라스틱은 여러 개의 작은 플라스틱이 된다. 플라스틱의 크기에 주목한 톰슨은 2004년 플라스틱이 작은 형태의 플라스틱으로 부서져 바다에 떠돌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름도 붙였다. 미세플라스틱 Microplastic.
- P161

 화학물질이 플라스틱을통해 옮겨진다는 것도 명확했다. 바닷물 속에는 비스페놀, 노널페놀NPE,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 PBDE 등의 화학물질이 있는데 미세플라스틱 표면에 들러붙기 쉽다. 이를 흡착이라고 부른다. 다만 체내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들이 추가적인 독성 피해가 있을 정도로 충분한 화학물질을 흡착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해야 내분비계가 영향을 받는지 등은 분명하지 않다.
가장 섬뜩한 점은 미세플라스틱이 어류, 야생동물, 그리고 인체에 머물면서 해당 종에 미치는 유해성이 제대로 밝혀지지않았다는 것이다. 리처드 톰슨 교수가 미세플라스틱의 존재를 밝혀낸 지 겨우 15년 정도, 플라스틱을 먹으면 건강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따져보면 플라스틱이 발명된 지 대략 150년, 본격적으로 사용된 지는 60~70년 남짓이다. 우리는 플라스틱을 아직 잘 모른다.
- P167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 Plastiglomerato. 처음 읽어보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한국어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국내에서 아무도 이를 번역한 적이 없어 제작진이 ‘플라스틱 암석‘ 이라고 우리말 이름을 지어줬다.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 플라스틱 암석은 용암 분출 같은 자연 현상 혹은 캠프파이어 같은 인간 활동에 의해 온도가 극도로 높아졌을 때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호나 돌에 결합되면서 만들어진다.이 신종 쓰레기가 지구의 역사 코너에 인류세를 대표하는 암석으로 버젓이 전시되고 있다. - P172

이곳과 다른 하와이 해변에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햇빛이 플라스틱에 달으면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플라스틱병이 바닷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있었는데, 바닷물 온도가 예상치보다 높았다. 왜 그런지 따져보다가 석유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특정 조건하에서 메탄, 에틸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P176

이 갯지렁이를 특수 촬영을 통해 자세히 관찰해본다. 환경이 바뀌자 낯선지 며칠 경계하던 갯지렁이는 갑자기 그 식성을 드러낸다. 입속에 숨긴 이빨을 꺼내 잔뜩 벌린 후 스티로폼 알갱이 속으로 박는다. 배고팠는지 열정적으로 먹는다. 우물거리다가 입으로 뱉어내기도 하고, 몸통을 통과시켜 배설물로 뱉어내기도 한다. 수면에는 작은 미세플라스틱 조각들이 두둥실 떠오른다. 이 발견은 세계 최초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에 의해 이뤄졌다. 자연의 풍화 작용뿐 아니라 생태계 바닥의 생물들에 의해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분해된 스티로폼 조각은 부표에 붙어 있던 조개 등 다른 생명체가 먹는다. 부표가 떠 있는 바닷물에 서식하는 물벼룩이나 다른 물고기의 몸속으로도 들어간다. 그렇게 먹이 사슬을 따라 가다가 결국은 인간의 체내에 들어온다.
한국인도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 P185

"바다의 모든 쓰레기를 치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쓰레기를더 이상 유입시키지 않는 거죠. 수도꼭지를 잠그는 겁니다. 만약 당신의 집 욕조가 물로 넘친다면 물걸레로 바닥을 청소할겁니까, 아니면 수도꼭지를 잠글 겁니까?"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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