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가끔은 단 한 마리의 모기가 우리의 평온을 깨뜨린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어둠 속에서 앵앵거리는 모기 한 마리. 막 잠이 들려는 찰나에 나타난 모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고 짜증이 솟구치는 경험은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어두운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둘러도, 손뼉을쳐서 잡으려 해도 소용없다. 잠은 이미 달아났고 잠을 자기도 글렀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켜고 귀찮게 구는 모기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다. 일상에서 사소하게일어나는 불쾌한 일이나 오해, 불화 등도 이런 모기와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이런 일들은 늘 반복되지만 쫓아낼 수도 없고 순식간에 우리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작은 일을 크게 과장하지 말라"는 충고도 더 이상 소용없다.
- P13

불쾌한 감정은 일단 처음에는 언짢은 일에 대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우리가 그러한 감정을 겪지 않으려고 하거나 되도록 피하거나 빨리벗어나려고 하는 것도 정상이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감정을 타인앞에서 숨기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바람직한지 바람직하지 않은지, 혹은 정당한지 부당한지 구별하는 법을배워왔다. 이는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소위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을 억누르면 중요한 기본욕구에 접근하는 통로가 막히고 마는 것이다.
모기를 코끼리로 만들면, 다시 말해 일을 크게 부풀리면 감정적으로도 힘들고 이러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현실적인 계기와 연결짓지 못한다. 우리는 이러한 계기를 완전히 보잘것없고 ‘사소한 것‘
으로 치부한다. 말하자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부적절하거나 수치스러우며 당황스럽고 병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P30

겉보기에 사소한 일로 생겨나는 불쾌감을 우리는 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까? 대답은 단순하다. 우리가 본질적인 원인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과거 어딘가에 존재하며, 대부분 기억 속에서 거의 잊힌 경험의 층 아래에 감춰져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왜 특정한 방식으로 경험하는지, 다시 말해 우리가 왜 이렇게, 혹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그저 단면적으로 인식하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자연에 의해 그렇게 정해졌다. 우리가 만약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중요한 모든 기억과 그 연관관계를 영원히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사고는 매우 과중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뇌가 이를 자동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 P32

가정과 규칙은 근본적으로 현실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한다. 다시말해 우리가 무엇을 인지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고 기대할수 있는지, 각각의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개별적인 가공 패턴과 행동 패턴, 즉 우리가특정한 상황에 직면할 때 자동적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도식 shema형성한다. 도식은 세상과 우리 자신을 친근하게 인지하도록 도와주며, 세상 속에서 우리가 방향을 잡기 위해 필요한 기반이다. 도식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는 온갖 경험의 총합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도식은 역할 모델(우리는 생애 초기에 일정하게 접촉하는 인물을 모방하면서 학습한다)을 통해 형성되며, 과거에 우리가 어떤 대우를 받았고 어떤 반응법을 배웠는지 그 방식을 반영한다.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이 도식 안에서 가공되고 저장된다.
- P33

경험상으로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기처럼 작은 사건들이 우리의 기본욕구가 침해되었음을 알려주는 징조라고 판단하지 못한다.
- P35

 이 이야기들은 우리가 종종 그냥 넘어가고 싶어 하는 단순한, 하지만 감정적으로 무거운 일상의 상황이다.
이 상황을 그 이전의 경험과 연관시켜 관찰하면 보다 명확한 모습이 드러난다. 현재의 불쾌감은 과거에서 울리는 메아리와 같다.
따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에 빠지면 먼저 곰곰이 생각해봐야 그 의미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의 기본욕구를 인식할 수 있다. 단순한 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흥분이 반복되는 것은 그 감정이 빙산의 일각임을 암시한다. 본질적인 부분은 감춰진 상태에서 그저 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을 뿐이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부족하다. 이 문제에 객관적으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풀리지 않는 부분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아주 사소한 계기로 매우 불쾌한 감정 상태에 빠진다면 이는 우리가 현재의 상황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과거와 현재에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과거의 감정이 깨어나고 과거의 가공 패턴이 활성화된다. 과거의 패턴은 현재 삶에서 우리의 욕구 충족을 촉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해한다.
- P43

예를 들어 좋아하는 사람의 애정이 식을까 두려워하는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애쓴다. 또한 소외감을 빨리 느끼는 사람은 스스로 먼저 관계를 끊으려고 한다. 이 두 패턴은 간혹 장점도 있지만,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게 적용되지 않으면 문제로 이어질수 있다. 과거에 효과적이었던 문제 해결 전락은 오래 지속된다. 또한 과거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매우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위협이나 불안을 느낄 때 주저하지 않고 과거의 방법을 다시 사용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 P44

• 한 아이가 다른 형제자매에 비해 자신이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느껴서 화를 내고 분노한다. 아버지는 "전혀 그렇지 않아. 매번 그렇게 질투 좀 하지 마라!"라고 말하면서 아이를 진정시킨다.
• 한 학생이 아침에 배가 아파서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금방 괜찮아질 거야"라면서 아이를 달랜다.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반 친구들이 나를 놀릴것 같아서 무서워." 어머니는 회사에 가야 할 시간이라 마음이 조급하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는 없잖아!"

첫 번째 예시에서 아이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생각이 옳지 않다는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감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 예시에서는 아이의 감정 표현이 무시되고 어머니의 (지나친) 요구와 결합된다. 만약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면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가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도록 반복적으로 막을 경우아이는 자동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이 감정은 정당하지 않거나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 아이는 부모나 다른 애착인물의 부정적인 판단을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적어도 아이가 그들과 거리를 두기 전까지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이 아이가 인지하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꼬리표를 내재화하고, 경우에 따라서 이는 평생 지속된다. 그 결과 자신의 감정 세계, 나아가 자신의 기본욕구에 접근하는 통로가 지속적으로 가로막힐 수 있다. 따라서 익숙한 길을 점검하는것은 매우 유익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의 감정 반응은 우리를 중요한 욕구로 이끌어주는 이정표가 된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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