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의 외모는 여러 종류의 큰 어류들과 닮았다. 그중 하나인 만새기 (Corppierta hipturnis)는 실제로 가끔 ‘돌고래‘ 라고 불린다. 만새기와 진짜 돌고래는 바다 표층에서 날래게 사냥을 하는 생활방식에 알맞도록 둘 다 유선형 몸통을 갖고 있다. 그들의 수영 기술은겉보기에는 비슷할지 몰라도 서로 빌려온 것은 아니다. 세부 사항들을 살펴보면 금세 차이가 드러난다. 둘 다 주로 꼬리로 가속을 하지만, 만새기는 다른 물고기들처럼 꼬리를 옆으로 흔드는 반면에, 진짜 돌고래는 꼬리를 상하로 흔든다. 포유류의 과거를 부지불식간에 드러내는 것이다. 도마뱀과 뱀은 척추를 옆으로 흔들며 이동했던 선조 어류의 습성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땅에서 수영한다‘고도 할 수 있다. 말이나 치타가 달리는 모습을 이와 대비시켜 보라. 이 포유류들도 물고기나 뱀처럼 척추를 굽혀서 가속을 하지만, 옆으로가 아니라 위아래로 구부린다. 포유류의 족보에서 어떻게 이런 전이가 일어났는가 하는 것은 재미있는 질문이다. 어쩌면 중간 단계가 있었을 것이다. 개구리처럼 어느 방향으로도 척추를 거의 굽히지 않는 형태였을지도 모른다. 한편 악어는 보통의 파충류들과 마찬가지로 도마뱀처럼 걷지만, 위로 펄쩍 뛸 수도 있다(무시무시하게 재빠르다). 물론 포유류의 선조가 악어와 닮지는 않았겠지만, 우리의 중간 단계 선조도 악어처럼 두 가지 자세를 함께 취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할 수는 있다. - P398
오스트레일리아의 근사한 유대 포유류 동물상에 관해서는 동물의지리적 분포를 다룬 장에서 이미 이야기했다. 여기서 지적할 점은, 유대류의 동물 각각이 세계 다른 곳을 점령한 ‘태반류(즉 유대류가 아닌) 포유류의 상응하는 동물 각각과 수렴 진화했다는 것이다. 왼쪽그림에 소개된 유대류들은 태반이 있는 상대 동물(즉 태반류 중 같은 ‘업종‘에서 살아가는 동물)과 전혀 같지 않다. 외모상의 특징부터 다를때도 있다. 그래도 대체로 인상적일 정도로 서로 닮았고, 그러면서도 창조자가 빌려오기를 했다고 볼 만큼 많이 닮지는 않았다. 유전자풀에서 유전자가 성적으로 섞이는 것은 유전적 발상을 빌려주거나 공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적 재조합은 한 종에만 국한되므로, 유대류와 태반류 포유류 등 서로 다른 종을 비교하는 것이 목적인 이 장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다. 흥미롭게도, 박테리아들 사이에서는 고차원적인 DNA 빌려주기가 성행한다. 박테리아들은 (상당히 관계가 먼 균주들끼리도) 자유분방한 난교를통해서 DNA 발상을 교환한다. 이 과정을 유성생식의 전 단계라고 간주하는 사람도 있다. 발상 빌려오기 기법은 박테리아들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 같은 유용한 ‘기술을 습득하는 주된 방법이다. 종종 이해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변형‘ 이라는 말로 그 현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 P403
이 장을 시작하면서 나는 박쥐와 사람의 팔을 예로 들어 ‘상동성‘을 소개했다. 단어의 특이한 용법을 고집하면서, 골격은 같지만 뼈들은 다르다는 표현도 썼다. 그런데 우리는 다시 톰슨의 변형 작업을 통해서 상동성 개념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 기관을고무판에 그린 다음, 그것을 왜곡해서 다른 기관으로 만들어낼 수있다면, 그때 두 기관(가령 박쥐의 손과 사람의 손)을 상동기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수학자들에게는 이런 상황을 지칭하는 용어가있다. 위상동형(homeomorphic)‘이다." - P416
선조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기능을 공유하기 때문에 생긴 닮은꼴에 대해서는 ‘상사성‘이라는 단어가 쓰이게 되었다. 가령 박쥐의 날개와 곤충의 날개는 상사기관으로, 박쥐의 날개와 사람의 팔 같은 상동기관과는 관계가 다르다. - P417
왜 아니겠는가? 윗슨과 크릭이 일으킨 분자생물학적 혁명의 결론은 바로 DNA는 DNA라는 것이었다. DNA는 그것이 사람의 DNA인지 침팬지의 DNA인지 사과의 DNA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 DNA 조각은 자신과 상보적인 조각이기만 하면 무엇과도 행복하게짝을 짓는다. 그렇지만 결합력까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DNA 단일 가닥은 제 정확한 짝과는 단단하게 결합하지만, 그와 비슷한 다른 단일 가닥과는 좀 더 느슨하게 결합한다. DNA ‘문자(윗슨과 크릭의 염기)‘들 중에서 상대 가닥의 문자와 짝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결합이 약해지는 것이다. 군데군데 이빨이 나간 지퍼와 비슷하다. 다른 종의 가닥끼리 결합했을 때, 그 결합 강도를 어떻게 잴까? 우스울 정도로 단순한 방법이 있다. 결합의 ‘녹는점‘을 재면 된다. 이중 나선 DNA의 녹는점이 약 85 도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시리라. 정상적으로 적절하게 짝지은 이중 나선 DNA 라면, 가령 사람의DNA 한 가닥이 ‘녹아서‘ 상보적인 두 가닥으로 풀릴 때는 85도가맞다. 하지만 결합이 더 약하면 (사람의 가닥과 침팬지의 가닥이 결합한 경우라면) 더 낮은 온도에서도 결합이 깨진다. 사람의 DNA가 그보다 더먼 친척인 물고기나 두꺼비의 DNA와 결합한 경우라면, 그보다 더 낮은 온도로도 풀릴 것이다. DNA 가닥이 같은 종의 가닥과 결합했을 때와 다른 종의 가닥과 결합했을 때의 녹는점 차이가 바로 두 종의 유전적 거리를 말해주는 잣대다. 대강의 경험적 규칙으로, 녹는점이 1도 낮아지면 서로 맞는 DNA 문자 수가 1퍼센트 줄어든다고본다(혹은 지퍼에서 빠진 이빨 수가 1퍼센트 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 P425
동물이 화가 나면 목덜미 털이 곤두선다. 동물이 공포를 느낄 때도그렇다. 털을 쭈뼛 세워서 몸을 더 커 보이게 만듦으로써 위험한 경쟁자나 포식자에게 겁을 주는 것이다. 우리 털 없는 원숭이들 역시, 있지도 않은 (혹은 겨우 조금 남은 털을 세우는 메커니즘을 이식 갖고있다. 그것이 소름이다. 우리의 털 세우기 메커니즘은 흔적이다. 오래전의 선조들에게는 유용하게 쓰였겠지만 지금은 기능을 잃고 유물로만 남았다. 흔적이 된 털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우리 역사가 쓰여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진화가 실제로 발생했음을 말해주는 설득력 있는 증거다. 이것 역시 화석에서 나온 증거가 아니라 현생 동물에게서 나온 증거다. - P452
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설계상의 굵직한 실수라도(심지어 파국적인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실수라도) 후속 땜질 조치로 얼마든지 수정할 수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환경에서라면 독창적이고 정교한 땜질을 통해서 처음의 실수를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다. 일반적인 진화 과정에서는 굵직한 돌연변이가 등장한 뒤에 거의 언제나 수많은 땜질 작업을 거쳐야 한다. 대체로 옳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돌연변이라고해도 마찬가지다. 그 후에도 자연선택은 수많은 작은 돌연변이를선호함으로써 뒤청소를 한다. 최초의 대규모 돌연변이가 남긴 울퉁불퉁한 모서리들을 매끄럽게 다듬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매의 눈이 최초 설계에 심각한 실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보는 것이다. 다시 헬름홀츠를 인용해보자.
눈은 다른 광학 도구들이 가질 수 있는 결점을 모조리 갖고 있다. 더구나 눈에만 고유한 결점도 있다. 그렇지만 그 결점들은 너무나 훌륭하게 상쇄되어 있다. 그래서 정상적인 조명 환경에서라면, 결점들로인한 영상의 부정확성이 망막 원뿔 세포들에 의해 규정된 민감성 한계를 넘어설 만큼 뚜렷하게 인식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다소 변화된 조건에서 관찰을 하려는 순간, 색수차, 비점수차, 맹점, 정맥 그림자, 매질의 불완전한 투명성, 기타 내가 지적했던 모든결점이 인식되기 시작한다.
-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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