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우연히 바람이나 뗏목을 타고 바다를 건너올 확률은 장애물의 거리와 반비례한다고 말한다면 너무 단순한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거리와 횡단 가능성에 대강의 반비례 관계가 성립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섬들 간의 거리는 평균 수십 킬로미터인 반면, 섬들과본토의 거리는 965킬로미터로 격차가 무척 크므로, 우리는 그 군도가 충분히 분화의 산실이 되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그랬고, 다윈도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군도를 떠난 뒤에야. 결코 다시 밟지못할 그곳을 뜨고 나서야 깨우쳤지만 말이다.
군도 내 섬들 간의 거리는 수십 킬로미터, 군도 전체와 본토와의 거리는 수백 킬로미터로 격차가 크기 때문에, 진화론자는 섬에 서식하는 종들이 서로간에는 상당히 비슷하지만 본토의 연관종과는차이가 있으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정확하게 그것이 우리가 목격하는 바다. 다윈도 아래 인용문에서 그 점을 지적했는데, 아직 진화 사상을 형성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할 정도로 진화적 언어에 가까운 표현을 구사했다. 내가 이탤릭체로 강조한 핵심 구절은 이 장 곳곳에서 여러 맥락으로 인용될 것이다.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작은 집단 새들의 구조가 이처럼 이행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므로, 우리는 이 군도에 원래 새들이 부재했다가, 한 종이 이동해 와서 다양한 목적에 맞게 변형된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원래 수리 종류였던 한 새가 이곳에 도입되어서 아메리카 대륙에서 폴리보리가 수행하는 썩은 고기 처치 업무를 맡게 된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 P351

초기의 포경선들은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큰거북을 수천 마리 잡아다가 식량으로 배에 실었다. 고기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선원들은 거북들을 살려두었다가 필요한 시점에 죽였다. 하지만 도살을 기다리는 거북들에게는 먹이도 물도 주지 않았다. 거북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거꾸로 뒤집은 다음 때로는 몇 층씩 포개어 쌓았다. 여러분을 소름 끼치게 하려고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그런 야만적인 잔인성에 나도 소름이 끼치지만), 요점은, 먹이나 신선한물 없이도 거북들이 몇 주씩 산다는 것이다.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페루 해류를 타고 갈라파고스 군도까지 떠내려가는 시간 정도는 쉽게 견뎌낸다. 게다가 거북은 물에 뜬다.
갈라파고스 군도의 한 섬에 처음으로 도착해 증식한 거북들은 같은 방도를 통해서 비교적 쉽게(역시 우연히) 훨씬 가까운 다른 섬들로 넘어갔을 것이다. 섬에 도착한 거북들은 섬 동물들이 흔히 드러내는 특징을 갖게 되었다. 몸집이 더 크게 진화한 것이다. 섬 거대중은 예전부터 잘 알려져 있던 현상이다 (헷갈리게시리 섬 왜소증이라는 현상도 마찬가지로 잘 알려져 있다).  거북들이 다윈의 핀치들의 모범을 따랐다면, 섬마다 다른 종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우연히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옮겨간 뒤에, 서로 더는 교배할 수 없게 되었고(이것이 종을 나누는 정의임을 잊지 말자), 그리하여 다른 유전자들로 오염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생활방식을 자유롭게 진화시켰을 것이다. - P356

방금 나는 ‘밀어내는 것처럼 보인다‘는 표현을 썼는데, 말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얼른 철회해야겠다. 뚜껑 덮는 책상들이 용암을 분출하면서 대륙판을 밀어내는 모습을 상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것은 비현실적인 상상이다. 규모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판은 너무나 육중하기 때문에 해령 화산의 분출력으로는밀리지 않는다. 차라리 올챙이가 유조선을 미는 편이 승산이 있을 것이다.
실제의 힘은 따로 있다. 연약권은 성질상 반액체이기 때문에, 권역 전체에서 대류가 일어난다. 판의 아랫면 어디에서든 연약권의 대류가 느껴지는 것이다. 연약권은 한 지점에서 일정한 방향을 향해 천천히 이동한 뒤, 한 바퀴를 돌아 더 낮은 높이에서 그 장소로돌아온다. 가령 남아메리카판 아래의 연약권 상층은 꿋꿋하게 서쪽으로만 계속 이동한다. 뚜껑 책상 의 분출력이 남아메리카판을 민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판의 아랫면 전역에서 일정한방향으로 착실히 움직이는 대류가 그 위에 짐처럼 떠 있는 내륙을함께 나른다는 것은 상상할 만한 일이다. 이것은 올챙이가 이니다.
엔진을 끈 채 페루 해류에 몸을 맡긴 유조선은 분명 흐름에 따라 흘러갈 것이다.
이것이 현대의 판구조론이다.  - P374

탐정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설명을 내놓는다. 해령에서 해양저가확장함에 따라 두 판은 멀어지고 있다. 해령의 화산 활동에서 새로생겨난 바위들이 두 판에 더해지고, 우리가 아프리카판과 남아메리카판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뚜껑 책상들에 얹힌 채 서로 반대 방향으로 운반된다. 컬러 화보 18~19쪽의 그림들은 이 과정을 묘사한 것인데, 가짜로 색을 입혀서 암석의 연대를 표현했다. 더 붉을수록 더젊은 바위다. 대서양 중앙 해령을 기준으로 양쪽의 연대 패턴이 깔끔한 거울상을 이룬다.
얼마나 명쾌한 이야기인가! 그런데 더 좋은 소식이 있다. 탐정은 선상 실험실에서 표본들을 처리할 때 바위에 미묘한 무늬가 난 것을 발견한다. 깊은 암석권에서 뽑아낸 바위는 나침반 바늘처럼 살짝자성을 띤다. 이것은 잘 알려져 있는 현상이다. 지구의 자기장이 화성암을 구성하는 고운 결정들을 편극(偏極)시키기 때문에, 용암이 굳을 때 바위에 자기장의 자취가 남는 것이다. 한순간 얼어버린 작은 나침반 바늘들처럼, 결정들은 용암이 굳는 순간에 가리키던 방향으로 고정된다.
- P377

창조론자들은 화석만이 진화의 증거인 것처럼 말한다. 물론 화석은 굉장히 강력한 증거다. 다윈의 시대 이래 트럭 수십 대 분량의 화석이 발굴되었고, 그것들은 모두 진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적어도 진화에 합치하는 증거들이다. 보다 주목할 사실은, 진화에모순되는 화석이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석 증거가 이처럼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화석이 진화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인 것은 아니다. 화석이 한 조각도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살아 있는 동물들이 보여주는 증거만으로도다윈이 옳다는 결론으로 압도적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범죄가 벌어진 뒤에 현장에 달려온 탐정은 화석보다 더 확고한 살아 있는 증거들을 수집할 수 있다.
이 장에서 우리는 섬이나 대륙의 동물 분포를 살펴보았다. 그럼으로써 모든 동물은 기나긴 세월 동안 공통선조로부터 진화해왔다는가설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다음 장은 현대 동물들을 서로 비교해볼 차례다. 동물의 여러 특징이 동물계에 어떻게분포되어 있는지, 특히 유전암호 서열을 비교한 결과가 어떤지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 장과 똑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 P382

포유류의 골격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가, 아름다워서 하는 말이아니다. 물론 아름답기도 하지만, 우리가 ‘포유류의 골격‘ 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다는 말이다. 그토록 복잡하게 맞물린 구조가 포유류 전반에 걸쳐 근사한 다양성을 드러내는 데다가 동시에 어떤 부분에서든 포유류 전반에 걸쳐 분명 같은 구조라고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람의 골격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니까 그림으로 볼 필요도없겠고, 박쥐의 골격을 오른쪽 그림으로 살펴보자. 뼈 하나하나에대해 사람의 골격에서도 대응하는 뼈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환상적이지 않은가! 우리가 그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유는, 뼈들이 이어진 순서가 같기 때문이다. 뼈들의 비율이 다를 뿐이다. 박쥐의 손은 엄청나게 크지만(제 몸에 비해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도 박쥐의 긴 날개뼈와 우리의 손가락이 상응하는 관계라는 것을 못 알아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의 손과 박쥐의 손은 분명 같은 구조의 두형태다(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절대 부인할 수 없으리라).
이런 식의 동일함을 전문용어로는 ‘상동성‘ 이라고 한다. 박쥐의 나는 날개와 사람의 쥐는 손은 ‘상동기관‘ 이다. 공통선조의 손이 서로 다른 후손 계통에서 부분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서로 다른 정도로 잡아들여지거나 압축된 것이다(나머지 골격도 그렇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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