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들은 야생 동물의 삶을 단축시켰던 많은 위협으로부터 인위적으로 보호된다. 순종 젖소는 굉장한 양의 우유를 생산하지만, 거치적거리게 디룽디룽 매달린 녀석의 젖통은 사자를 앞질러 달릴라치면 심각한 방해물이 될 것이다. 서러브레드 경주마는 뛰어난 달리기 주자이자 높이뛰기 선수지만, 녀석의 다리는 경주중에, 특히 점프를 하다가 부상을 입기 쉽다. 인위선택은 자연선택이라면 결코용인하지 않았을 영역으로까지 녀석을 밀어붙인 것이다. - P104
우리 인간은 지나친 위험 회피의 문제를 쉽게 간과한다. 얼룩말이나 영양들이 사자가 시야에 뻔히 들어오는데도 기껏 경계를 늦추지않을 뿐 태연자약하게 풀을 뜯는 광경을 보면, 우리는 혼란스럽다. 우리는 수킬로미터 내에 사자 코빼기도 보이지 않을 때라도 스스로(혹은 사파리 안내인)의 위험 회피 성향을 좇아 랜드로버 안에 들어앉아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공포를 저울질할 다른 대상이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파리 오두막으로 돌아가서 푸짐하게 식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의 야생 선조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얼룩말들에게 더 크게 공감했을 것이다. 얼룩말처럼 그들도 잡아먹힐 위험과 아무것도 못 먹을 위험을 저울질해야 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사자가 공격해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속한 무리의 규모를 감안할 때, 사자가 나 아닌 다른 구성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풀밭으로 진출하지 않는다면, 혹은 물가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어차피 굶주림이나 갈증으로 죽을 것이다. 우리가 앞서 두 번이나 언급한 바로 그 경제적 대가교환의 교훈이다.‘ 여담이 길어졌지만, 요는 야생 늑대에게도 다른 동물들처럼 최적의 도주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너무 대담한 거리와 너무 소심한 거리의 중간쯤에 적당히 놓인, 그리고 아마도 유연하게 바뀔 수 있는거리일 것이다. 진화적으로 긴 시간에 걸쳐 환경이 바뀌면, 자연선택은 도주거리를 조절해 연속선상에서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이동시킬 것이다. - P107
마을 변두리의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야생 늑대들을 상상해보자. 녀석들 대부분은 돌과 창을 던지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도주거리가아주 길 것이다. 사람의 모습이 저 멀리 나타났다 싶으면 당장 안전한 숲으로 내뺄 것이다. 하지만 몇몇 개체가, 유전적 우연에 의해, 평균보다 살짝 짧은 도주거리를 갖게 되었다. 녀석들은 위험을 약간더 감수하는 (용감하되 무모하지는 않은) 태도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는 경쟁자들보다 더 많이 먹는다. 세대가 갈수록, 자연선택은 점점 더도주거리가 짧은 개체들을 선호할 것이고, 결국 녀석들은 인간이 던진 돌에 맞을 만큼 도주거리가 짧아질 것이다. 새롭게 수중에 들어온 식량원 때문에 늑대들의 최적 도주거리가 변한 것이다. 코핀저의 견해는 이런 식의 진화적 도주거리 단축이 개의 가축화 첫 단계였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위선택이 아니라 자연선택이 낳은결과였다. 짧은 도주거리는 더 유순한 행동의 척도이기도 하다. 이초기 단계에서는 사람들이 일부러 유순한 개체들을 택해서 사육한게 아니었다. 이 단계에서 사람과 최초의 개들 사이의 상호작용은오직 적대적일 뿐이었다. 늑대들이 길들여진 것은 자발적 가축화였지, 사람에 의한 의도적 사육이 아니었다. 의도적 가축화는 나중에 이루어졌다. - P108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현상이 있었다. 유순함을 선택적으로 육성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부가적 효과들이 뒤따랐는데, 그야말로 환상적이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현상이었다. 개를 사랑했던 다윈이 이 사실을 일있다면 아마도 넋을 잃었으리라. 길든 여우들은 행동만 개 같아진 것이 아니라 모습도 개 같아졌다. 그들은 여우다운 털가죽을 잃었고, 웰시콜리 같은 흑백 얼룩무늬가 나타났다. 여우답게 쫑긋 섰던 귀는 개처럼 펄럭거렸다. 꼬리끝도 여우답게 아래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개처럼 위로 섰다. 원래암여으는 1년에 한 번 발정하지만, 녀석들은 암캐처럼 반년마다 발정했다. 벨랴예프에 따르면, 녀석들은 짖는 소리도 개를 닮았다. 개를 닮은 이런 특징들은 그야말로 곁다리 효과였다. 벨랴예프의 연구진은 그런 특징들을 일부러 노린 적이 없다. 그들이 의도한 것은 유순함뿐이었다. 개를 닮은 다른 특징들은 유순함을 낳는 유전자에 진화적으로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유전학자들에게는 놀라운 현상이 아니다. 하나의 유전자가 겉보기에 서로 무관한 듯한 여러 효과를 초래하는 ‘다형질 발현‘ 현상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겉보기에‘ 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발생학적 발달은 복잡한 사업이다. 우리가 그 복잡한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보면, "겉보기에서로 무관한 듯했던 것들이 "우리가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이해하게 된 어떤 경로에 의해 연결된" 것들로 바뀐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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