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달맞이꽃(외노테라, Denothera)은 우리에게 무늬 없는 노란색으로 보이지만, 자외선 필터를 걸고 찍은 사진을 보면 벌들을 위한 무늬가 드러난다. 물론 인간의 정상 시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컬러화보 5쪽을 보라), 사진에서는 무늬가 붉은색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사진 처리 과정에서 임의로 선택한 ‘가짜‘ 색깔이지, 벌들도 붉은색으로 본다는 뜻은 아니다. 벌에게 자외선이 어떻게 보이는지 (노란색인지 다른 어떤 색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나는 붉은색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알다시피 이것은 해묵은 철학적 논점이다).
꽃들이 가득한 초원은 자연의 타임스 스퀘어이자 자연의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이다. 슬로모션으로 점멸하는 네온사인들처럼,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꽃들이 피어나면서 매주 광경이 달라진다. 꽃들은 낮 길이의 변화 같은 단서들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같은 종의다른 꽃들과 동시에 피어난다. 초원의 녹색 캔버스에 호화롭게 흩뿌려진 색색의 꽃들은, 동물들의 눈에 의한 선택에 따라 그 모양과 색깔이 정해지고, 그 크기와 맵시가 단장되어온 것이다. 벌의 눈, 나비의 눈, 꽃등에의 눈에 의해서, 신대륙의 숲이라면 벌새의 눈, 아프리카의 숲이라면 태양새의 눈도 추가하자.
- P79

물론 곤충과 꽃의 관계는 쌍방통행이므로, 우리는 양방향을 다 살펴보아야 한다. 곤충이 꽃을 ‘길들여 더욱 아름답게 만들긴 했지만, 아름다움을 감상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차라리 꽃이 곤충에게 매력적으로 보임으로써 득을 본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곤충은가장 매력적인 꽃을 방문함으로써 무의식중에 꽃의 아름다움을 ‘육성하고‘, 동시에 꽃은 곤충의 수분 능력을 육성한다.
그리고 낙농업자가 거대한 젖통의 프리지안 젖소를 길러내듯이,
곤충은 꿀을 많이 생산하는 꽃을 길러낸다. 그런데 꽃의 입장에서는 꿀을 적절히 배급하는 것도 하나의 관심사다. 곤충의 배를 너무 불려주면 녀석이 다음 꽃을 찾아가지 않을 것이고, 이것은 첫 번째 꽃에게는 나쁜 일이기 때문이다. 곤충이 수분을 위해 두 번째 꽃을 방문하는 것이야말로 이 모든 사업의 핵심이다. 꽃으로서는 꿀을 지나치게 많이 제공하는 것(곤충이 두 번째 꽃을 방문하지 않는다)과 지나치게조금 제공하는 것(곤충이 첫 번째 꽃을 방문하지 않는다) 사이에서 세심하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 P81

자, 지금 우리는 진정한 자연선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고, 단계적 유인인 이 장의 이야기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유인 단계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사람은 매력적인 장미나 해바라기, 기타 등등을 의도적으로 선택해 육종한다. 그럼으로써 매력적인 속성을 만드는 유전자들을 보존한다. 이것이 인위선택이고, 다윈이 등장하기 한참 전부터 사람들이 잘 알고 있던 내용이다. 이것이 늑대를 치와와로 바꾸고, 옥수수 속대의 길이를 수십 센티미터에서 수 미터로 늘릴 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모두 인정한다.
2. 암컷 공작은 매력적인 수컷을 선택해 번식시킴으로써, 역시 매력적인 유전자들을 보존한다(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행위인지는 알 수없지만, 일단 그렇지 않다고 가정하자), 이것이 성선택이고, 다윈이 이것을 발견했다. 혹은 명료하게 인식하고 이름 지었다.
3. 작은 먹이 물고기는 가장 매력적인 아귀에게 제 몸을 먹임으로써, 매력적인 아귀가 생존하도록 선택한다 단연코 의도적인 행위가아니다). 그 아귀가 존속하고 번식하도록 무의식중에 선택한 셈이고, 그럼으로써 아귀가 매력적인 속성을 만드는 유전자들을보존하도록 선택한 셈이다. 이것이 자연선택이고(그렇다. 우리는 마침내 도달했다), 이것이 다윈의 가장 위대한 발견이다.
- P93

4. 선택 행위자가 없어도, 우연히 유리한 생존 도구를 갖췄다는사실 때문에 ‘선택된‘ 개체들이 가장 잘 번식할 것이고, 따라서 유리한 도구의 유전자를 물려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종의 유전자풀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도구를 만드는 유전자로 가득 차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 P95

자연선택은 매일매일 시시각각 전 세계를, 모든 변이를, 아무리 사소한 것까지 모두 점검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자연선택은 나쁜 것을 기각하고, 좋은 것을 보존하고 다 더한다. 자연선택은 기적도 없이 조용하게 작동하며, 언제 어디서든 기회가 될 때마다, 각 유기체를 그 생명이 처한 유기적, 무기적 조건들에 맞추어 개량한다. 우리는 이런 느린 변화들이 진행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시간의 바늘이 아주기나긴 시대를 다 거친 후에야 우리가 깨달을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과거 기나긴 지질학적 시대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너무나 불완전하기때문에, 오직 예전의 생명 형태들이 지금과 다르다는 점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 「종의 기원」 중에서 - P96

무작위적인 유전자 변이들의 무작위적이지 않은 생존이 진화적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우리의 가설이라면, 그것을 실험적으로 시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가 교묘하게 개입해보는 것이다. 어떤 변이는 생존하고 어떤 변이는 생존하지 못하도록 우리가조작하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개체들을 번식시킬지를 사육가로서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인위선택이다. 인위선택은 자연선택의 비유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인위선택은 선택이 진화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가설에 대한 진정한 실험적 확인이다. 관찰을 통한 확인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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