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르는 길고 낮은 슬픈 울음소리를 뱉어냈다. 모든 비극이 한꺼번에 닥쳐와 정신이 탈탈 털린 거니 다름없었다. 엄마는 아프기 전까지도 그의 셔츠를 다려주었는데. 이 세상이 온통 슬픔으로 가득 차버렸다. 아스팔트 틈새 사이로 노란 잡초가 조그맣게 피어난 걸 보자 울고 싶어졌다. 아침 하늘에 뜬 달은 창백한 종잇조각 같아서 마음이 울컥해졌다.
- P297

"아니, 내가 물어보는 거야. 진짜 록이 뭔지 아는 사람이냐고. 록 좋아하냐고."
"아! 그럼, 물론이지."
"하드록? 아니면 계집애들 록?"
"계집애들 록이라니?"
"징그럽게 머리 짧게 하고 나오는 놈들이 부르는 거. 케케묵은 록. 돈에 영혼을 판 놈들."
‘고놈 참 마음에 드는군‘이라고 리틀 엔젤은 생각했다.
"아, 알겠어. 난 하드록이 좋아. 모터헤드도 좋아하지."
그러자 젊은 아이는 점잔을 빼며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없이 찬란한 대화였다. 리틀 엔젤은 행복했다. 헤비메탈을 듣는 삼촌이 이 호르몬이 질풍노도로 분비되는 놈을 진지하게 받아주고 있군. 삼촌은 이러라고 있는 거지.
그는 조카의 내면에 있는 헤비메탈 파일에 접근하며 말했다.
"뭐, 신은 우리 모두를 미워하니까."
그는 이 나이대 애들에게 미끼를 던지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삼촌?"
"피로 다스리는 분이지."
"삼촌! 신은 개자식이야! 살인마야!"
몬스터 같은 조카가 울부짖었다.
그들은 태양을 향해 악마의 뿔 모양을 손으로 만들어 보였다.
- P307

"날 용서해주겠니?"
"뭘요?"
그는 허공에 손을 저었다.
"미안하다."
"그러니까 뭐가요, 아빠?"
"다 미안해."
그는 눈을 뜨고 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네가 아기였을 적에, 내가 널 씻겨주었는데."
미니는 눈이 따갑지 않은 베이비 샴푸를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네 아버지였어. 그런데 지금은 네 아기가 되었구나."
빅 엔젤은 훌쩍였다. 물론 딱 한 번뿐이었다.
그녀는 눈을 빠르게 깜박이고는 손바닥에 샴푸를 짰다.
"괜찮아요. 모두 다 괜찮다고요."
그는 눈을 감고 딸의 손에 머리카락을 맡겼다.
- P311

갑자기 이상한 침묵이 파티 분위기에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조용히 앉아서 서로 이야기하거나 생각에 잠겼다.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음악 소리에 흡수되어 사그라져버린 듯하달까. 그날의 밀도가 모두에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탁자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저마다 개인적인 감상을 중얼댔다. 갑자기 이 남자, 빅 엔젤과 있었던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며, 언제가 되었든 앞으로 분명히 닥치게 될 그 순간을 애도하면서. 모두는 보았다. 모두는 알고 있었다.
- P375

"나는 떠났어. 나 자신을 뭔가 대단한 존재로 만들고 싶어서.
내가 세상을 바꿀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어떻게 됐냐, 아우야?"
"아무것도 안 바뀌었어."
"아 왜이래."
리틀 엔젤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내가 떠나서 미웠겠지. 알아 내가 형을 비롯해서 모두를 깔보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도 알아. 뭐, 어쩌면 그랬을지도, 난 평생 살아남기 위해서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어쩌면 형에게서조차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이제 형이 날 떠나려 하고, 나는 형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가 없어. 난 언제나 생각했어. 내가 원했던 아버지를 가졌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그리고 이제껏 내가 원했던 아버지는 사실 형이었어."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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