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풀 개념은 이제야 의미를 띠기 시작한다. 성적으로 번식하는 개체군, 가령 까마득히 먼 남대서양에 고립된 어센션 섬의 쥐들이라면, 섬 안의 모든 유전자가 끝없이 섞일 것이다. 그래도 각 세대가 전 세대보다 더 적은 변이를 보이는 내재적 경향성은 없을 것이고, 갈수록 지루한 중간 형태들이 되어가는 경향성도 없을 것이다. 유전자들은 말짱하게 보존된다. 세대가 지남에 따라 이 개체의 몸에서 저 개체의 몸으로 옮겨갈 뿐이다. 결코 서로 혼합되지 않고, 결코 서로 오염시키지 않는다. 어느 한 시점에 모든 유전자는 개체들의 몸 안에 담겨 있거나, 아니면 정자를 통해 새로운 개체의 몸으로 이동하는 중일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세대를 아울러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섬의 모든 쥐 유전자는 잘 섞인 한 벌의 카드처럼(물감처럼 혼합되는게 아닌) 하나의 유전자풀을 이룬다.
- 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