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는 너무나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들로 가득하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며, 무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선택에 의한 결과다.
이것은 진화가 펼쳐낸 지상 최대의 쇼이다.
- P5

우리는 범죄가 저질러진 뒤에 현장에 도착한 탐정과 같다. 범인의 행동은 과거가 되어 사라졌다. 탐정이 실제 범행을 제 눈으로 목격할 가능성은 없다. 더구나 고릴라 실험이나 비슷한 다른 실험들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눈을 불신하라는 것을 배웠다. 탐정이 실제로갖고 있는 것은 남은 흔적들뿐이지만, 그것들은 상당히 믿을 만하다. 발자국이 있고, 지문이 있고(요즘은 DNA 지문도 있다), 혈흔, 편지, 일기장 등이 있다. 우리도 세상의 현재 모습을 잘 살피면, 이러이러한 역사가 아니라 저러저러한 역사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었구나 하고 말할 수 있다.
- P32

우리가 한 세대 사이에서 토끼들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어느 시대든, 엄마들과 딸들 사이의 변이보다는 현재 개체군 내부의 변이가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엄마들과 딸들을 비교하거나 할머니들과 손녀들을 비교함으로써 ‘시침‘ 의움직임을 판별할라치면, 설령 사소한 차이들이 있더라도 같은 초원에서 뛰노는 친구나 친척 토끼들과의 차이에 파묻혀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 P43

둘째, 우리는 한 현생 동물을 다른 현생 동물과 잇는 일련의 단계를 확인했다는 점을 명심하자. 토끼를 표범으로 진화시킨 것은 결코 아니다. 머리핀까지 올라가는 과정은 역 진화고, 거기서 표범까지내려오는 과정은 진화라고 말할 순 있다. 현생 종이 다른 현생 종으로 진화하진 않는다는 것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현생 종들은 선조를 공유하는 친척들이다. "정말로 인간이 침팬지에서 진화했다면, 왜 아직도 침팬지들이 돌아다니는 거죠?" 심란할 정도로 흔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이것이다.
셋째, 머리핀 굴곡에서 미래로 나아갈 때, 우리는 임의로 표범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것은 진화사에 실제로 존재했던 경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이기에 또 지적하자면, 우리는 무수히 많은 다른 종착점으로 갈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갈림길에서 다른 쪽을 다 무시한 것이다. 머리핀 굴곡의 동물은 토끼와 표범만의 공통선조가 아니라, 다른 많은 현생 포유류의 선조다.
넷째 요점은 앞서 이미 강조한 것이다. 머리핀 양끝(가령 토끼와 표범)의 차이가 아무리 크고 넓어도, 양자를 잇는 연결고리들의 각 단계는 아주아주 작다. 각 개체는 연쇄사슬에서 제 양옆에 있는 개체들과 몹시 비슷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와 딸은 비슷할 수밖에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것 역시 앞서 언급했지만, 그 개체는 자신을둘러싼 개체군의 전형적인 구성원들보다 오히려 연쇄사슬 양옆의개체들을 더 닮았을 것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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