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목요일, 랑베르는 대성당의 정문 아래로 갔다. 8시 오 분 전이었다. 하늘에는 희고 둥근 작은 구름들이 떠다니고 있었는데, 이제 곧 더위가 치솟으면 그것들은 대번에 삼켜질 것이었다. 아련한 습기의 냄새가 아직도 잔디밭에서 올라오고 있었지만, 잔디밭은 보송보송했다.  - P200

"관념이죠, 하나의 어설픈 관념이죠. 인간이 사랑에게서 등을 돌리는 그 순간부터 그렇죠. 그런데 바로 우리들은 더 이상 사랑할 줄 모르게 되고 만 겁니다. 단념합시다, 선생님, 사랑할수 있기를 기다립시다. 그리고 정말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영웅 놀음은 집어치우고 전반적인 해방을 기다리십시다. 나는 그이상은 더 나가지 않겠어요."
리유는 갑자기 피로를 느낀 듯이 일어섰다.
"옳은 말씀이에요, 랑베르, 절대로 옳은 말씀이에요. 그러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금 하시려는 일에서 마음을 돌려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일이 내 생각에도 정당하고 좋은 일이라 여겨지니까요. 그러나 역시 이것만은 말해 두어야겠습니다.
즉,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 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이 대체 뭐지요?" 하고 랑베르는 돌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반적인 면에서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로 말하면, 그것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 P2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