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존엄성 문제는 좋은 출발점이 된다. 겉으로 보면 이는 논쟁거리가 될 만한 이상이 아닌 듯하다. 어떤 정치인이 "일은 존엄하지 않다"고 주장하겠는가? 그러나 일의 존엄성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인정의 장으로 여기는) 정치적 어젠다가 나온다면 주류 진보파와 보수파 모두 껄끄러워 할 질문이 더불어 나오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시장 중심적 세계화 주창자들이 널리 공유시킨 전제, 즉 ‘시장의 성과는 각자가 공동선에 기여한 것의 참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다‘는 전제에 정면 도전하기 때문이다.
급여를 생각해 보면, 이런 저런 직업들이 각자의 일 성과에 대해 찬된 사회적 가치를 어떤 때는 과대하게 어떤 때는 과소하게 평가한다는점을 알 수 있다. 오직 열렬한 자유지상주의자만이 부유한 카지노 왕의 사회적 기여가 소아과 의사의 기여보다 정말로 1,000배나 가치 있다고 떳떳이 주장할 수 있으리라.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은 잡화상 계산원들, 배달원들, 방문 의료서비스 담당자들, 그 밖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면서도 박봉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었다. 아주 잠깐이라도 말이다. 그러나 시장 사회에서는 우리가 버는 돈과 우리가 공동선에 기여한 내용의 가치를 혼동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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