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돌려보니 하산의 새총이 눈앞에 있었다. 하산이 넓은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었다. 고무줄 한가운데에는 호두만한 돌덩이가 장전되어 있었다. 하산은 새총으로 아세프의 얼굴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었다. 힘을 줘서 고무줄을 잡아당기느라 손이 떨리고 구슬 같은 땀방울이 이마에서 솟고 있었다.
"제발 우리를 내버려두세요. 도련님."
하산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아세프를 ‘도련님‘ 이라고불렀다. 상하 계급구조 안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렇게 뿌리 깊게 의식하면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나는 잠시 동안 생각해보았다.
아세프가 이를 갈았다.
"그거 내려놔라. 어미도 없는 하자라인 주제에."
"제발 그냥 가주세요, 도련님."
- P67

나는 카불의 겨울이 좋았다. 밤에 창문에 떨어지는 눈 소리와 검은 고무장화 아래서 오도독거리는 눈 소리 때문에 겨울이 좋았다. 찬바람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마당과 거리를 획 지나갈때면 따뜻한 난로가 있어서 겨울이 좋았다. 더 중요한 이유는,
겨울이 되어 나무들이 꽁꽁 얼고 거리가 얼음으로 덮이면 바바와 나 사이의 냉랭함이 조금은 녹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와 바바 사이를 조금 호전시켜주는 존재는 연이었다. 바바와 나는 같은 집에 살았지만 다른 존재 영역에서 살았다. 그 영역 사이의 종잇장만큼 얇은 교차점이 바로 연이었다.
- P77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진짜 재미는 연이 잘릴 때 시작되었다. 연이 잘리는 순간 연 쫓는 아이들이 활약했다. 바람에날려간 연 주변을 떠돌던 아이들은 마침내 들판에 나선형으로 떨어지거나 누군가의 마당이나 나무나 지붕에 떨어질 때까지 연을쫓아갔다. 추격전은 상당히 격렬했다. 연을 쫓는 수많은 아이들이 떼 지어 거리로 몰려들어서 언젠가 책에서 읽은 것처럼 황소들을 피해 달려가는 스페인 사람들처럼 서로 밀치며 나아갔다.
어느 해에는 이웃에 사는 한 아이가 연을 잡으러 소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소나무 가지가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지는 바람에 9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등을 다친 그 아이는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아이는 떨어지면서도 절대 연을 놓치지 않고 꼭 쥐고 있었다. 그리고 일단 연을 쫓는 아이가 연을 손에 넣으면 그누구도 그것을 빼앗아갈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규칙이 아니라 관습이었다.
연을 쫓는 아이들이 가장 탐내는 상품은 연날리기 대회에 참가한 것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떨어진 연이었다. 그것은 영광의 트로피였고 손님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벽난로 위에 진열해놓을수 있는 대단한 장식품이었다. 하늘에서 연이 모두 사라지고 마지막 두 연이 남았을 때, 연을 쫓는 아이들은 이 상품을 차지할 채비를 갖췄다. 아이들은 제일 먼저 출발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뛸 채비를 갖추고 근육을 긴장시킨 채, 모두 목을 때고눈을 가느다랗게 뜨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싸움이 시작되고 마지막 연이 잘리는 순간 아수라장이 시작되었다.
여러 해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이 연을 쫓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하산이야말로 지금까지 보아온 연 쫓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뛰어났다. 마치 몸속에 나침반 같은 것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항상 연보다 먼저 연이 떨어질 곳으로 가서 연을 기다리는걸 보면 등골이 오싹해졌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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