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1975년의 춥고 흐렸던 어느 겨울날, 나는 열두 살 나이에 지금의 내가 되어버렸다. 오래 전 일이었지만 무너져가는 진흙 담장 뒤에 웅크리고 서서 얼어붙은 시냇가의 골목길을 엿보던 그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과거에 대해, 과거를 묻어버릴 방법에 대해 떠들어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엉터리이다. 아무리 깊이 묻어둬도 과거는 항상 기어나오게 마련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26년 동안 인적 끊긴 그 골목길을 줄곧 엿보고 있었던 것 같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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