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필요했단다. 아이가 필요하다는 것이 무슨 의미겠니? 어느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문득 내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있다는 것을 알았어. 내 삶을 양보할 수는 있지만, 내 뒤에 올 생명까지 양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어. 필요는 설명보다 앞서는 것이거든. 내가 나약해서 그런 건 아니었어. 하지만 강해서도 아니었지. 필요해서였어. 난 아이가 필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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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 가지 물어보마. 네가 말한 것들을 어떻게 해낼 생각이니?" "마음속 깊은 곳에 제 감정을 묻어둘 거예요." "감정을 묻어둔다니, 무슨 뜻이지?" "아무리 많은 감정이 생겨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겠다는 거예요. 꼭 울어야겠다면 속으로 울 거예요. 피를 흘려야 한다면, 멍들게 하는 거죠. 미쳐버릴 것 같다 해도 세상 사람들한테는 입을 꼭 다물 거예요. 말해 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남들의 인생까지 구렁텅이에 빠뜨릴 뿐이에요." "하지만 네가 마음속 깊이 네 감정을 묻는다면, 넌 진짜 네가 아니게 될 거야. 그렇지 않겠니?" "그래서요?" - P281
넋이 나간 동물들은 고통과 혼란에 울부짖었어, 사육사 한 명이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었어. 그는 강한 사람이 있어, 화상을 입어 눈도 뜨지 못하고 있었지만, 내 팔을 붙들고 총 쏘는 법을 아느냐고 물었어. 나는 지금 꼭 찾아가야 할 사람이 있다고 말했지, 그는 내게 소총을 건네면서 말했어, "육식동물들을 찾아야 합니다." 나는 그에게 총을 잘못 쓴다고 말했어. 어느 것이 육식동물인지도 모른다고 말했지. 그러자 그가 대답했어, "전부 다 쏴버리세요," 얼마나 많은 동물을 죽였는지 몰라, 코끼리를 죽였어, 코끼리는 우리에서 이 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었지, 그 뒷머리에 소총을 대고 누르면서 생각했어, 방아쇠를 당기면서, 이 동물을 꼭 죽여야만 하는 걸까? 쓰러진 나무 등치에 올라앉아 모든 것이 무너지는 모습을 둘러보며 털을 뽑고 있는 원숭이를 죽였어, 사자 두 마리를 죽였어, 사자들은 서쪽을 바라보며 나란히 서 있었지, 그들은 가족이었을까, 친구였을까, 부부였을며까, 사자들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덩치 큰 죽은 곰의 시체 위로 기어 오르려고 낑낑대던 새끼 곰을 죽였어, 자기 부모의 몸 위로 기어오르던 중이었을까? 총탄 열두 밭을 쏴서 낙타도 죽였어, 낙타가 육식동물이 맞는지 헷갈렸지만, 눈에 띄는 대로 다 죽이는 중이었으니까, 모두 다 죽어야 했어, 코뿔소는 머리를 바위에 세차게 박고 있었 - P294
어, 박고 또 박고, 마치 스스로를 고통에서 끌어내려는 듯이, 아니면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려는 듯이, 코뿔소를 총으로 쏘았어, 그래도 계속 머리를 박았어, 다시 쏘았지, 더 세게 머리를 박았어. 코뿔소에게로 걸어가 양쪽 눈 사이에 총을 갖다 댔어, 코뿔소를 죽였어, 얼룩말을 죽였어, 기린을 죽였어, 강치의 수조를 붉게 물들였어, 원숭이한 마리가 내게 다가왔어. 내가 아까 봤던 원숭이였어, 죽인 줄 알았는데, 그는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왔어, 손으로 귀를 가리고, 나에게서 무엇을 원하다. 내가 고함을 질렀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나는 다시 한 번 쏘았지, 심장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원숭이가 나를 보았어, 그 눈 속에서 이해하는 듯한 기미를 보았다고 확신했어,그러나 용서를 보지는 못했어, 나는 독수리들을 쏘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사격 실력이 모자랐어, 나중에 사람의 시체를 뜯어먹은 독수리들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을 보았지, 모든 것이 내 탓이었어. 두번째 폭격은 시작됬을 때처럼 갑자기 그리고 완전히 멎었어,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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