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문제?" "우리가 상대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문제요." "음, 네가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 내려서 핀셋으로 모래 한 알갱이를 집어1밀리미터 옆으로 옮겨놓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니?" "아마 전 탈수증상으로 죽고 말겠죠." "아니, 네가 모래알 한 개를 옮겨놓을 때, 바로 그때를 말하는 거야.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니?" "모르겠어요. 어떻게 돼요?" "생각해 보렴." 생각해 봤다. "모래알 하나를 옮긴다고 생각해 보고 있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니?" "모래알 하나를 옮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그건 네가 사하라를 변화시켰다는 뜻이야."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사하라는 광대무본의 사막이야.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해 왔다고, 그런데 네가 그자막을 바꿨단 말이야!" "정말 그러네요!" 나는 벌떡 일어나 앉으면사 외쳤다. "제가 사하라를 바꿨어요!" "무슨 의미겠니?" "무슨 뜻인데요. 말해 주세요." "음, 지금 「모나리자를 그린다든가, 암을 치로한다든가 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란다. 그저 모래 알갱이하나를 1밀리미터 옆으로 옮기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요? "네가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그때까지 흘러왔던 대로 죽 진행되었을 테지………." "으흠?" "하지만 네가 그 일을 한다면, 그러면…...?" 나는 침대 위에 일어서서 손가락으로 가짜 별들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제가 인류 역사의 진행 과정을 바꾼 거예요! 바로 그거야." "제가 우주를 바꿨어요!" "네가 해냈어." "전 신이에요!‘ "넌 무신론자잖아." "전 존재하지 않아요!" 나는 침대 위로 벌씩 쓰러져 아빠의 팔에 안겼다. 우리는 함께 신나게 웃어댔다.
뉴욕에 사는 ‘블랙‘ 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을 마지막 한 명까지모조리 만나보겠다고 결심했을 때도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상대적으로는 무의미하다 해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상어가 헤엄을 치지 않으면 죽어버리듯이, 나도 뭔가 해야 했다. - P122

나는 그날 밤 늦게까지 자지 않고 보석을 디자인했다. 내가 디자인한 것은 산책용 발찌로, 이 발찌를 차면 걸을 때 밝은 노란색 흔적이 뒤에 남는다. 그래서 행여 길을 잃어도 왔던 길을 찾을 수 있다. 또 결혼반지도 한 쌍 디자인했는데, 이 반지는 그것을 낀 사람의 맥박을 읽어내서 심장이 뛸 때마다 붉은색으로 번쩍이며 다른 반지에 신호를 보낸다. 황홀할 정도로 예쁜 팔찌도 디자인했다. 일 년 동안 제일 좋아하는 시집에 고무 띠를 감아놓았다가 빼서 차고 다니는 것이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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