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늘 내가 너무 영리해서 장사를 하기에는 아깝다고 말하곤 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나로서는 도통 이해가 안 되었다. 아빠가 나보다 훨씬 더 영리했으니까, 내가 너무 영리해서 장사에 맞지 않는다면, 아빠야말로 진짜로 장사를 할 사람이 아닐 것이다. 내가 아빠에게 그렇게 말하면, 아빠는 이렇게 대꾸했다. "첫째로, 난너보다 똑똑하지 않단다. 너보다 아는 게 많을 뿐이지. 그것도 내가너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일 뿐이야. 부모들은 언제나 자식보다 아는게 많고, 자식들은 항상 부모보다 똑똑하단다." - P25
"흠, 제가 알고 싶은 건 우리가 왜 존재하느냐, 예요. 어떻게가 아니라 왜요." 아빠의 생각들이 반딧불처럼 아빠 머리 주위를 회전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아빠가 말했다. "우리는 존재하니까 존재하는 거야." "그게 대체 뭐예요?" "이 우주와는 다른 어떤 종류의 우주도 있을 수는 있지. 하지만 생겨난 것은 지금의 이 우주야." - P33
세입자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나는 할머니의 아파트에 매일 들르면서도 그와 마주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는 항상 심부름을 하러 갔든가, 낮잠을 자고 있든가, 물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때조차도 샤워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입장이 된다면 퍽이나 외로울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누가 되든 외로운 건 다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할머니한테는 엄마도 없고, 대니얼이나 제이크 같은 친구도 없고, 하다못해 버크민스터도 없잖니." "그건 맞아요." "어쩌면 할머니한테는 상상 속의 친구가 필요한지도 몰라." "하지만 전 진짠데요." "그렇지, 그리고 할머니는 너하고 시간 보내는 걸 무척 좋아하시지. 하지만 년 학교에도 가고, 친구들하고도 어울리고, 「햄릿」 연습도 하고, 모형 완구 가게에도……" "모형 완구 가게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내 말은 네가 늘 곁에 붙어 있을 수는 없다는 거야. 또 할머니는 또래 친구를 원하실지도 모르잖아." "할머니의 상상의 친구가 또래인지 엄마가 어떻게 알아요?" "모르지." - P98
"오스카? 오버." "네, 오버." "무슨 일 있니, 애야? 오버." "무슨 일이 있냐니요? 오버." "무슨 일이 있느냐고? 오버." "아빠가 보고 싶어요. 오버." "나도 그렇단다. 오버."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요. 오버." "나도 그래. 오버." "한시도 잊을 수가 없어요. 오버." "나도 한시도 잊을 수 없단다. 오버." 전화에 얽힌 일을 할머니에게 말할 수없었으니, 할머니를 비롯한 그 누구보다도 더 내가 아빠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 비밀은 내 속에 뻥 뚫려 모든 행복한 일들을 빨아들이는 구멍이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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