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전지전능의 하나님 점지를 받아
시인이 이 지루한 세상에 나오려 할 때
질겁한 어머니는 불경스런 마음으로 가득하여
그녀를 측은히 여기는 하나님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쥔다.

"아아! 이 조롱거리를 키우느니
차라리 독사를 한 무더기 낳을 것을,
내 뱃속에 속짓거리를 잉태시킨
그 덧없는 쾌락의 밤이 저주스럽구나!

고작 내 한심스런 남편의 미움거리가 되고자
수많은 여자 중에 내가 선택되었기에,
이 오그라든 괴물을 연애편지처럼
타오르는 불꽃 속에 던지지도 못하나니.
- P17

이국의 향기

어느 포근한 가을 저녁, 두 눈을 감고
너의 따스한 가슴 향기 들이마시면
내 눈앞에 평화로운 해변이 펼쳐지네,
언제나 태양이 눈부시게 비추는 그곳이.

느긋한 섬 그곳엔 자연이 주는
야릇한 나무들과 맛있는 과일들,
수려하고 건장한 사내들과
또렷한 눈이 매력적인 여인들이 있고

네 향기 따라 이곳에 매혹된
내겐 보이네, 바다 물결에 지쳐버린
돛과 돛대로 가득 찬 항구가.

공기 속에 맴돌며 내 코를 부풀리는
초록빛 타머린드 향기는
뱃사공 노래와 내 맘속에 뒤섞이네. - P39

나 그대를 밤의 창공처럼 연모한다오.
오 슬픔의 꽃병이여, 오 짓누르는 침묵이여,
아름다운 그대가 피하면 피할수록 나 더 빠져들고
그대가 나의 밤을 수놓을 때도
나를 비웃듯 거대한 푸른 공간 더욱 커져 가오,
내 손길이 닿을 수 없을 만큼.

나는 공격하듯 전진하고 돌격하듯 기어오르리라,
마치 사체를 따르는 벌레 떼처럼.
오 잔인하고 무자비한 야수여! 나는 간직하리라,
나를 더 반하게 하는 그대의 냉혹함까지.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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