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야말로 법의 장치를 가장 취약한 것으로 만든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여 재판에 영향을미치는 사태가 되면, 재판받을 가능성이 있는 일반인의 머릿속에 어떻게 범죄와 형벌 사이의 엄정한 관계를 확립할 수가 있을까? 형벌이 그확실성의 결핍으로 덜 무서운 것이 되면 될수록 그만큼 폭력성을 통해 형벌을 더욱 두려운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 P186

 즉, "동일한 절도를 범한 두 사람 가운데서,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한 사람은 사치스럽게 지내던 사람에 비해서 얼마나 죄가 가벼운가? 서약을 어긴 두 사람 중 어렸을 때부터 명예심을 갖추도록 교육받은 사람은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한 방치된 상태의 사람에 비해서 얼마나 죄가 무거운가?" 우리는 범죄와 징벌과의 대응적 분류의 필요성과 범죄자의 개별적 성격과 일치하는 형벌의 개인화個人化 필요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보게 된다. 이 개인화는 근대 형법의 전체 역사 속에서 대단히 부담스러운 것이 되고 있다.  - P190

공상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죄와 벌 사이의상징적 대응관계의 원칙은 르 펠르티에가 1791년에 새로운 형법을 제안할 때에도 여전히 분명하게 표명된 사실이다. 즉, "범죄의 성질과처벌의 성질 사이에는 정확한 대응관계가 필요하고, 범행이 잔인했던자는 신체형을 받아야 하고, 나태한 자는 중노동을 해야 하고, 비열했던 자는 명예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5이러한 잔혹성이 앙시앵 레짐ancien regine, 구제도의 신체형을 그대로연상시켜 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주적인 방법에 의존한 새로운형벌 속에서는 완전히 다른 기계장치가 작동한다. 이제는 더 이상 권력투쟁에서 벌어지는 잔인성과 잔인성의 대립도 없고, 계속되는 복수의 대칭 관계도 없다. 기호가 의미하는 내용과 기호의 투명한 관계가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징벌의 무대 위에서 감각적으로 직접 이해할수 있고, 간단히 계산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그리한 죄와 벌의 관계를확립하려고 한다. 이것은 형벌에 관한 일종의 이성적 미학이다.  - P202

수형자의 신체는 과거의 제도에서는 국왕의 것이어서, 군주는 그신체에 낙인을 찍고 권력의 여러 가지 효과를 집행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 신체가 오히려 사회적인 것으로서, 집단적이면서 유익한 소유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혁자들은 거의 언제나 공공 토목사업에 동원시키는 일을, 있을 수 있는 최선의 형벌로 제안했다. 더구나 3부회의 청원 Cahiers de doleances 도 그들의 견해를 따라 "사형보다가벼운 그 어떤 형에 처해진 자는 그 범죄에 상응하는 기간 동안 그 지방의 공공 토목사업에 종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공공 토목사업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은 수형자의 노동에 의한 집단의 이익이라는 점과 통제 가능한 징벌의 가시적 성격이라는 점이다.
그리하여 죄인은 두 번 죄 값을 치른다. 즉, 그가 제공하는 노역과 그가 만들어 내는 기호로 보상하는 것이다.  - P209

 그런 점에서 교묘한 경제적 광고 효과가 생겨난다. 과거의 신체형에서는 공포가 징계의 근거로 되어 있었다. 그것은 신체에서 느겨지는 두려움이나, 집단적 공포, 수형자의 뺨이나 어깨에 새겨지는낙인과 똑같이 구경꾼의 기억 속에 새겨지는 무서운 형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본보기 징계의 근거가 된 것은 공중도덕에 대한 교훈이다. 담화, 판독 가능한 기호, 연출적 효과나 회화적 표현형태 등이다. 징벌 의식을 뒷받침하는 것은 더 이상 군주 권력의 무서운 부활이 아니라 ‘형법전‘의 재활성화이고, 범죄의 개념과 형벌의 개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집단적 강화이다. 이제 사람들은 형벌을 통해서 군주의 모습을 보기보다 법 자체를 판독하게 될 것이다. 과거의 법은 막연하게 어떤 범죄에 어떤 처벌이 뒤따르게 된다는 관계로 이어졌다. 이제는 범죄가 행해지면 지체 없이 처벌이 따르게 되고, 처벌은 법의 담론을 현실적 실체로 만들며, 또한 여러 가지 개념을 연결 짓는 ‘형법전‘이 바로 여러 가지 현실을 연결 짓는 것임을 보여 주게 된다. 그 결합은 법조문 안에서 직접적으로 되어 있는 만큼, 현실의 행위에서도 직접적인 것이어야 한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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