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러한 점을 근거로 삼아 우리는 그 시대의 고문의 기능을 진실에 대한 신체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선 고문은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진실을 캐내려는 수단이 아니고, 근대적인 심문의 무절제한 고문과는 전혀 다르다. 고전주의 시대의 고문은 잔인한 것이었지만, 야만적인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 고문이 잘 규정된 절차에 따라 규칙적으로 집행되는 일이며, 고문의 시기와 시간, 사용되는 도구의 종류, 밧줄의 길이, 추의 무게, 꺾쇠의 수, 심문하는 사법관의 관여방법 등 이러한 모든 것이 여러 가지 관행에 의거하여 용의주도하게 체계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문은 엄격한 사법적 행위이다. - P90
18세기에 사법상의 고문은 진실을 생산하는 의식이 처벌을 부과하는 의식과 병행하는 기묘한 구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신체형에서 심문당하는 신체는 징벌의 적용 지점이자 진실 강요의 장소이다. 또한 추정 증거가 상호의존 관계에 의해 증거 조사의 한 구성요소이면서 유죄성을 형성하는 한 단편이기도 한 것과 마찬가지로, 고문에 따르는 고통은 처벌을 위한 조치이자 동시에 예심 행위인 것이다. - P94
사법적 신체형은 또한 정치적 행사로 이해되어야 한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형태일지라도, 그것은 권력이 자신의 모습을 과시하는 행사의 일부이다. 고전주의 시대의 법에 의하면, 범죄는 그것으로 말미암아 생길 수있는 손해를 초월하여, 아니면 그것이 위반하는 법 규칙을 넘어서 무엇보다 법을 포고하고 주장하는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즉, "아무리 개인에 대해서 범죄를 자행하거나 손상을 입히지 않은 그러한사건이라도, 법에 의해서 금지된 어떤 사항을 위반하면, 그것은 보상을 요하는 경범죄가 된다. 왜냐하면, 그 행위로 인해 지배자의 권리가 침범되기 때문이며, 또한 지배자의 고귀한 성품에 손상이 되는 것이기때문이다." 중죄란 범행의 직접적 희생자 말고도 군주를 해치는 행위이다. 그것은 법이 군주의 의지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군주를 인격적으로 해치는 행위이자, 법의 힘이 바로 군주의 힘이라는 점에서 군주를 신제적으로 해치는 행위인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하나의법이 왕국에서 효력을 발휘하려면, 필연적으로 그 법의 근원이 군주에게 직접 속한 것이어야 하고, 적어도 그것은 왕권의 관인官認에 의해서 확증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 P102
경범죄에 의한 개인적 손해의 배상은 그 손해와 균형이 잘 맞추려는 판결이 공정해야 하는 것이라도, 중죄에 대한 형벌 집행은 균형을 갖춘 스펙터클이 아니라, 불균형과 과도함을 보여 주기 위해 실시하는 행사이다. 따라서 이 형벌 행사에는 권력과 권력의 본질적 우월성에 대한 과시적 주장이 담겨 있어야 한다. 더구나 그 우월성은 단순히 법의 우월성에 한정되지 않고 적대자의 신체를 공격하여 그것을 지배하는 군주의 물리적 힘의 우월성이 된다. - P104
그런데 이처럼 능숙하지 못한 사형집행인에 대한 처벌의 배후에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전통을 볼 수 있다. 그것에 의하면 처형이 만일 실패로끝날 경우, 사형수는 사면되는 것이 여러 나라에서 거의 관례화되었다는 점이다. 민중은 그러한 관행이 적용되기를 기대하였다. 더구나 그렇게 하여 사형을 면한 사형수를 민중이 보호하는 일도 있게 되었다. 이러한 관행과 기대감을 없애기 위해서 "교수대는 그 먹이를 놓치지 않는다"는 격언을 널리 강조해야 했다. 또한 사형의 판결문 속에 "완전히 죽을 때까지 교수 한다"라든가, "생명이 끊길 때까지"라는 확실한 명령을 써 넣는 일에까지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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