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숲이 더욱 불길하고 수심에 잠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명백히 남쪽의 숲과는 달랐다. 더욱 어둡고 보다 그늘지고, 녹색보다. 는 흑색에 가까웠다. 나무들도 달랐다. 밑바닥에 이끼가 상당히 끼어 있고 훨씬 많은 자작나무가 있었다. 덤불 아래에는 크고 둥근 검은색 바위들이 마치 잠자는 동물처럼 흩어져 있어 깊숙한 곳은 확실히 으스스했다. 월트 디즈니가 <밤비>라는 만화 영화를 만들었을때 작가들은 메인 주의 그레이트 노스 우즈에서 착상했지만, 이 숲은 숲 속의 널찍한 빈터가 있고, 꼭 껴안고 싶은 동물들이 뛰어노는디즈니류의 숲이 확실히 아니었다. 오히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숲의 이미지와 유사했다. 나무들은 추하게 생겼고, 사악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험이다. 불안하게 다가오는 곰과 꽁무니를 따라오는 뱀, 그리고 빨간 레이저 눈을 가진 늑대, 괴기스러운 소리와 갑작스런 공포의 숲, 소로가 깔끔하고 소심하게 묘사한 대로 ‘멎어 있는 밤(standing night)‘의 숲이다. - P386
"콜라 한잔할래?" 카츠에게 말했다. 주유소 문 옆에 자동판매기가 있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니, 나중에." 라고 말했다. 기회가 날 때마다 넘치는 욕망으로 청량음료랑 인스턴트 식품에엎어지던 카츠답지 않지만, 이해가 되었다. 트레일을 떠나 안락과선택의 세계로 낙하할 때마다 항상 충격을 느끼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에는 영원히 이 세계로 귀화했다. 우리는 이제 등산화를창고에 처박아 둘 것이다. 지금부터는 항상 콜라와 부드러운 침대와 샤워 시설, 그 밖에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게 있다. 급할 게 없었다. 이상하게도 하고픈 의지가 약해졌다. - P408
"그래, 트레일을 포기해서 기분이 언짢니?" 카츠가 한참 후에 물었다. 확실치가 않아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에대해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느낌을 갖지 않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깨달았다. 나는 트레일이 지겨웠지만 여전히 이상하게도 그것의노예가 되었고, 지루하고 힘든 일인 줄 알았지만 불가항력적이었으며, 끝없이 펼쳐진 숲에 신물이 났지만 그들의 광대무변함에 매혹되었다. 나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싶기도했다. 침대에서 자고 싶기도 하고 텐트에서 자고 싶기도 했다. 봉우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했고, 다시는 봉우리를 안 보았으면 싶기도 했다. 트레일에 있을 때나 벗어났을 때나 항상 그랬다. "모르겠어. 그렇기도 하고 안 그렇기도 하고, 너는 어때?" 그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라고 말했다. 우리는 사소한 상념에 잠겨 몇 분간 더 걸었다. - P411
나는 요즘도, 때로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면 집 근처의 트레일로 등산을 다녀오곤 한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상념에 잠기지만, 항상 어떤 지점에 이르면 숲의 감탄할 만한 미묘함에 놀라 고개를들이 본다. 기본적인 요소들이 손쉽게 모여서 하나의 완벽한 합성물을 이룬다. 어떤 계절이든 간에 멍해진 내 눈길이 닿은 곳은 모두 그렇다. 아름답고 찬란할 뿐 아니라 더 이상, 개량의 여지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하다. 이걸 느끼기 위해 수 킬로미터를 걸어 산 정상에 오를 필요도 없고, 눈보라를 뚫고 기신기신 걸을 필요도, 진흙 속에 미끄러질 필요도, 가슴까지 차 오르는 물을 건널 필요도, 매일매일 체력의 한계를 느낄 필요도 없지만, 그게 도움이 되는 것또한 사실이다. - P415
무엇보다 요즘 산을 쳐다볼 때마다 나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도려낸 화강암 같은 눈을 가늘게 뜨며 천천히 음미하면서 바라본다. 우린 3천520 킬로미터를 다 걷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여기에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우린 시도했다. 카츠의 말이 옳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우린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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