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변덕스럽게 자주 바뀌는 성미라 침울한가 하면 폐활해지고, 재잘거리는가 하면 뚱해지고 흥분하는가 하면 나른해지는 그녀는 레옹의 마음속에 무수한 욕망들을 자극하며 갖가지 본능과 추억을 되살려놓는 것이었다. 그녀는 모든 소설에 등장하는 사랑에 빠진 여자. 모든 연극의 여주인공, 모든 시집의 막연한 그녀였다. 레옹은 그녀의 어깨에서 목욕하는 터키 궁녀의 호박색 빛을 보았다. 긴 코르사쥬를 입은 그녀는 봉건 성주의 마나님 같았다. 그녀는 바르셀로나의 창백한 여인을 닮은 것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무엇보다도 천사였다!
때때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영혼이 그녀를 향하여 빠져나가서 그녀의 머리 주변으로 물결처럼 번져가다가 마침내는 그녀의 하얀 가슴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 P384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나도 알아버려서 기쁨을 백 배나 더해주는 저 경이로운 소유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레옹이그녀에게 싫증이 난 것만큼 그녀 역시 상대에게 물려버렸다. 엠마는 간통 속에서 결혼 생활의 모든 진부함을 그대로 발견하고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그 따분한 간통의 유혹을 물리칠 수가 있을까? 그런데 그녀는 이러한 행복의 저속함에 굴욕을 느끼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습관 때문에 혹은 타락했기 때문에 그녀는 거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너무 큰 행복을 기대하다가 오히려 행복의 샘을 송두리째 고갈시켜 놓으면서 그녀는 날이 갈수록 더욱더 열을 올리고 있었다. 마치 레옹이 자기를 배반하기라도 한 것처럼 자기의 실망을 그의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자기가 먼저 헤어질 결심을 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별을 가져올 파국이 일어나주기를 바라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여자란 항상 애인에게 편지를 써야 한다는 관념때문에 그녀는 그에게 계속 편지를 썼다.
- P419

자기에게 범죄를 저지르라고 권하는 그 여자의 말없는 암시에 눌려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만 무서워진 그는 더 이상의 긴 설명을 피하기 위해서 이마를 탁 치면서 외졌다.
「아, 참, 모렐이 오늘 밤 돌아오기로 돼 있지! 그 친구라면 아마 거절하지 못할 거야. 틀림없이. (그 사람은 레옹의 친구로 돈많은 상인의 아들이었다.) 일이 잘되면 내일 당신한테 갖다 줄게」하고 그는 덧붙였다.
엠마는 레옹이 생각한 만큼 그 희망을 반기는 기색이 아니었다. 거짓말이란 것을 눈치챈 것일까?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만일 내가 세시가 되도록 못 오면 기다리지 말아줘, 응, 자, 이제 그만 가봐야 돼. 미안해. 안녕!」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손 같지 않았다. 엠마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느낄 힘이 없었다.
네시를 쳤다. 그녀는 자동 인형처럼 습관의 충동에 따라 용빌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 P430

마치 캄캄한 어둠 속의 번갯불처럼 로돌프의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었다. 그는 그토록 친절하고 자상하고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게다가 또 설사 그가 이 부탁을 들어주기를 주저하더라도 그녀가 딱 한번 눈짓만 하면 그는 잃어버린 옛사랑을 상기하면서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리하여 엠마는 위세트로 떠났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지난날 그토록 아픈 상처를 주었던 것에 스스로 몸을 던지려고 달려가고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것이 바로 몸을 파는 짓이라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 P445

그러자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열쇠가 자물쇠 속에서 돌았다. 그녀는 곧바로 세번째 선반으로 다가갔다. 그만큼 그녀의 기억이 정확했던 것이다. 파란 병을 집어들어 마개를 열고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하얀 가루를 한 움큼 집어내어 그대로 입 속에 털어넣었다.
「안 돼요! 하고 소리치며 그는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쉿! 누가 오면 어떻게 해………」쥐스템은 기가 막혀서 사람을 부르려 했다.
「아무 말도 하지 마. 전부 너의 주인 책임이 되니까,
이윽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갑자기 진정되었고 어떤 의무를 다한 뒤처럼 거의 평온한 마음이었다.
- P454

그때 갑자기 보도 위에서 무거운 나막신 소리가 지팡이를 끄는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가 솟아올랐다.
그 쉰 목소리는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화창한 날의 후끈한 열기에 못 이겨
젊은 아가씨는 사랑을 꿈꾼다네.

엠마는 감전된 시체처럼 벌떡 일어났다. 머리칼은 형클어지고 눈길은 고정된 채 입은 크게 딱 벌리고 있었다.

낫으로 추수한 이삭들을
부지런히 거두어 모으려고
이삭들 흩어진 밭이랑으로
나의 나네트는 허리 구부리고 가네.

「장님이다!」 하고 그녀는 부르짖었다.
그리고 엠마는 웃기 시작했다. 거지의 추악한 얼굴이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영원한 암흑 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이 보이는 듯소름이 오싹 끼치도록 미쳐 날뛰는 절망적인 웃음소리였다.

그날은 바람이 하도 거세게 불어
짧은 치마가 날려서 들춰졌다네!

한바탕 경련과 함께 그녀는 침대 위에 쓰러졌다. 모두가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 P470

일곱시에, 그날 오후 통한 줄곧 아버지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어린 베르트가 저녁 식사 때가 되었다며 그를 부르러 왔다.
그는 뒤로 젖힌 머리를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길다란 검은 머리카락 한줌을 양손에 쥐고 있었다.
「아빠, 저녁 먹어야지!」하고 딸은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장난을 치는 줄 알고 그를 가만히 밀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죽어 있었다.
서른여섯 시간 뒤에 약제사의 요청으로 카니베 씨가 달려왔다.그를 해부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팔고 나니까 십이 프랑 칠십오 상팀이 남아 어린 보바리 양이 할머니한테로 가는 여비로 쓰였다. 노부인도 그해에 죽었다. 루오 노인은 중풍에 걸렸기 때문에 어떤 친척 아주머니가 아이를 맡았다. 그녀는 가난해서 생활비를 벌도록 베르트를 방직공장에 보내서 일을 시키고 있다.
보바리가 죽은 뒤 세 사람의 의사가 차례로 용빌에 와서 개업을 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곧 오메 씨가 어찌나 그들을 들볶아댔는지 남아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단골을 가지고 있다. 당국은 그를 좋게 대우해 주고 있고,
여론은 그를 옹호하고 있다.
그는 이제 막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 P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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