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는 물론 소년의 말없는 열의도 그 겁먹은 듯한 수줍음도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의 삶에서 사라져버린 사랑이 거기, 바로 옆에, 그 셔츠의 투박한 천 속에서, 그녀가 발산하는 아름다움을 향하여 열린 소년의 그 심장 속에서 팔딱거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는 이제 모든 것에 대해서 너무나 무관심해졌고 말씨는 너무나 다정했으며 눈초리는 너무나 오만하고 태도는 너무나 변덕스러웠으므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기주의와 자선을, 퇴폐와 미덕을 구별할 수가 없게 했다.  - P312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은 자기들이 겪었던 괴로음의 동기들을 점점 더 자세히 털어놓았던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각자는 점차로 깊이 들어가는 속내 이야기에서 흥분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때때로 자기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남김없이 다 말하지는 못한 채 말을 멈추었고 그럴 때면 그 생각을 얼마만큼이라도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을 찾아보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자신이 다른 남자에게 품었던 정열은 고백하지 않았고 그 또한 그녀를 잊고 있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레옹은 가장 무도회가 끝난 뒤 노동자로 가장한 아가씨들을 데리고 야식을 하러 갔던 일을 이미 잊어 버렸는지도 모르고 또 그녀도 아마 애인의 집을 향해 이른 아침의 풀숲 길을 달려가던 옛날의 밀회는 모두 잊어버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거리의 소음은 두 사람의 귀에까지는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두사람의 고독을 한층 더 오붓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꾸민 것처럼 방은 작았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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