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와 마주친다. 무기력한 동시에 유순한 여자는 육체적으로 약하고 법률의 속박에 묶여 있다. 여자의 의지는 모자에 달린 베일 같아서 끈에 매여 있으면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거린다. 여자는 언제나 어떤 욕망에 이끌리지만 어떤 체면에 발목이 잡혀 있다.
- P132

엠마 쪽으로 말하면, 자기가 그를 사랑하는지 어떤지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었다. 연애란 요란한 번개와 천둥과 더불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서 인간이 사는 땅 위로 떨어져 인생을 뒤집어엎고 인간의 의지를 나뭇잎인 양 뿌리째 뽑아버리며 마음을 송두리째 심연 속으로몰고가는 태풍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는 집 안의 테라스에서 물받이 홈통이 막히면 빗물이 호수를 이루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태연히 안심하고 있다가 문득 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 P148

중류층 마누라들은 그녀의 검소함을, 환자들은 그녀의 예의바름을, 가난한 사람들은 그녀의 자비로움을 칭찬했다.
그러나 그녀는 탐욕과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름이 똑바로 잡힌 옷은 산란한 마음을 감추고 있었고 그토록 정숙해 보이는 입술은 마음의 고뇌를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레옹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마음껏 그려보는 즐거움을 위해 고독을 원했다. 그가 직접 눈앞에 보이면 그 명상의 쾌락이 흐트러지는 것이었다. 엠마는 그의 발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다. 그러다가 막상 그가 앞에 오면 감동이 사리지면서 오로시 커다란 놀라움만이 남았다가 어느덧 그것도 슬픔으로 변하고 마는 것이었다.
- P158

그래서 그녀는 자기의 불만에서 생기는 온갖 증오심을 오직 남편 한 사람에게로 돌렸다. 증오심을 덜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것을 부채질하는 결과밖에 안 되었다. 이 무용한 수고가 다른 절망의 동기들과 겹쳐져서 그와의 사이를 더욱더 벌어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부드러움에 대해서까지도 반발을 느꼈다. 보잘것없는 가정 생활이 그녀를 사치스러운 공상 쪽으로 몰아갔고 모정이 간통의 욕정을 구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좀 더 정당한 이유로 샤를르를 미워하고 복수할 수있도록 그가 자기를 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때때로 마음속에 떠오르는 무서운 가정(假定)에 깜짝 놀라곤 했다. 그래서 항상 미소를 지어야 했고,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몇 번씩이나 되풀이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런 척을 해야했고 그렇게 믿도록 해야만 했다. - P160

다음날은 엠마에게 있어서 침울한 하루였다.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사물의 표면에 막연히 감도는 검은 대기에 에워싸여 있는 것만 같았고 슬픔은 마치 버려진 고성(古城)에 겨울 바람이 불어대듯이 부드럽게 으르렁거리면서 그녀의 영혼 속으로 밀어닥쳤다. 그것은 두 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몽상, 무언가 일을 끝내고 나면 매번 찾아드는 권태, 요컨대 익숙했던 동작을 중단시키거나 오래 계속되어 온 어떤 진동이 정지될 때 오는 그런 고통이었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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