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식이 있은 지 이틀 뒤 부부는 떠났다. 샤를르는 환자들때문에 더 이상 오래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루오 영감이 자기 마차에 두 사람을 태우고 바송빌까지 따라왔다. 거기서 그는 딸에게 마지막으로 키스를 하고 마차에서 내려 되돌아갔다. 한 백 보쯤 걷다가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차가 저만큼 멀어져 가면서 먼지 속에서 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기가 결혼하던 때의 일, 흘러간 지난 시절, 아내의 임신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역시 아내를 장인댁에서 자기 집으로 처음 데려오던 날은 어지간히도 즐거웠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어서 들판이 흰 눈에 뒤덮여 있었으므로 아내를 말잔등에 태우고서 눈 속을 터벅거리며 왔었다. 그녀는 한쪽 팔로 그를 붙잡고 다른 팔에는 바구니를 걸쳐들고 있었다. 코 지방 특유의 머리 두건에 달린 긴 레이스가 바람에 하늘거리면서 때로는 그녀의 입술 위에 닿곤 했고 그가 고개를 돌려보면 바로 가까이 어깨 위에 그녀의 발그레한작은 얼굴이 보닛 모자의 금박 장식 아래에서 말없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린 손을 녹이기 위해서 그녀는 이따금씩 그의 가슴에 손을 찔러넣었다. 그 모두가 얼마나 아득한 옛일인가! 그때 낳은 아들이 살아 있었다면 서른 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때 그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길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빈집처럼 쓸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 P50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는 사랑을 느낀다고 여겼었다. 그러나그 사랑에서 응당 생겨나야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엄마는 여러 가지 책들에서 볼 때는 그렇게도 아름다워 보였었던 희열이니 정열이니 도취니 하는 말들이 실제로 인생에서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 P55

샤를르가 하는 말은 거리의 보도(步道)처럼 밋밋해서 거기에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뻔한 생각들이 평상복 차림으로 줄지어지나갈 뿐 감동도, 웃음도, 몽상도 자아내지 못했다. 그는 루앙에서 사는 동안 한번도 극장에 가서 파리에서 온 배우들을 구경하고 싶다는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스스로 말하곤했다. 그는 수영도 모르고, 검술도 모르고, 권총도 쓸 줄 몰라서, 어느 날 그녀가 소설을 읽다가 마주친 승마 용어의 뜻을 설명하지 못했다.
반대로 남자란 모름지기 모르는 것이 없고, 여러 가지 재주에 능하고 정열의 위력, 세련된 생활, 온갖 신비들로 인도해주는 능력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사내는 무엇 하나 가르쳐줄 것도 없고, 무엇 하나 아는 것도 없고 무엇 하나 바라는 것도 없었다. 그는 그녀가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그녀는 너무나 흔들림 없는 이 평온과 이 태연한 둔감, 그녀 자신이 그에게 안겨주고 있는 행복 그 자체에 대하여 그를 원망하고 있었다.
- P65

무도실의 공기는 탁해졌다. 램프의 불빛은 희미해져 있었다.
사람들이 당구실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인 하나가 의자에 올라가서 창유리를 두 장 깨뜨렸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본 보바리 부인은 마당에서 농부들이 창문에 얼굴을 바짝 갖다대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베르토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농장과 질퍽한 늪, 작업복 차림으로 사과나무 밑에 선 부친이 눈에 선했다. 착유장에서 우유 항아리속의 크림을 손가락으로 끄집어내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도 옛날 그대로 보였다. 그러나 섬광처럼 번쩍이는 현재로 인하여, 방금까지 그렇게 또렷했던 과거의 생활은 간 곳 없이 사라져 버렸고, 과거에 정말 그렇게 살았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 되었다.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무도회의 주변에는 그 나머지 모든 것을 덮고 있는 어둠뿐이었다. 그때 그녀는 마라스키노 술이 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은으로 도금한 조개모양의 접시를 왼손에 들고 숟가락을 입에 넣은 채 눈을 반쯤 감았다.
- P80

개인적 욕망을 공상으로 만족시키기 위하여 발자크와 조르주 상드의 소설을 읽었다. 식탁에까지 책을 끼고 들어와서는 샤를르가 그녀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하는 동안 책장을 넘기곤 했다. 읽는 책 속에서 자작의 추억이 항상 되살아났다.
그녀는 자작과 지어낸 작중 인물을 결부시켜 생각했다. 그러나 그를 중심으로 한 원은 그 둘레로 점점 확대되었고 얼굴에서 떨어져나간 그의 후광은 더욱 멀리까지 퍼져나가서 다른 모든 꿈들을 비추어주는 것이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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